詩가 있는 하루

봄/오규원

길가다/언젠가는 2006. 8. 31. 13:21



저기 저 담벽, 저기 저 라일락, 저기 저 별, 그리고 저기 저 우리집 개의
똥 하나, 그래 모두 이리 와 내 언어 속에 시라. 담벽은 내 언어의 담벽이
되고, 라일락은 내 언어의 꽃이 되고, 별은 반짝이고, 개똥은 내 언어의 뜰
에서 굴러라. 내가 내 언어에게 자유를 주었으니 너희들도 자유롭게 서고,
앉고, 반짝이고, 굴러라. 그래 봄이다.

봄은 자유다. 자 봐라. 꽃피고 싶은 놈 꽃피고, 잎 달고 싶은 놈 잎 달고,
반짝이고 싶은 놈은 반짝이고, 아지랑이고 싶은 놈은 아지랑이가 되었다.
봄이 자유가 아니라면 꽃피는 지옥이라고 하자. 그래 봄은 지옥이다. 이름
이 지옥이라고 해서 필 꽃이 안 피고, 반짝일 게 안 반짝이던가. 내 말이
옳으면 자, 자유다 마음대로 뛰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