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봄 - 정진규
요즈음엔 자주 절대예감 같은 게 찾아온다 이번 봄 해인사 가서 또 그걸 보았다 장경각 계단 올라 들여다보다가 나무 창살 사이로 드나드는 꽃바람결 한참을 만지다가 장경각 바닥에 떨어져 조금씩 배밀이 하는 봄 햇살, 살오른 햇살도 한참을 만나다가 아무래도 해독되지 않는 경판들 쌓인 높이만 아득하게 더듬다가 저녁 예불시간까지 기다리면 기필코 황홀 하나 만지게 되리라는 그게 왔다 보았다! 法鼓였다 마음 心字로 북 바닥을 드윽 긁고 지나갔다 몇 번을 그랬다 열렸다 터졌다 法을 끝낸 손, 어혈의 손에서 피가 듣고 있었다 나도 직방 돌아서 내 法鼓가 되어 있는 팽팽한 여자를 마음 心字 하나로 드윽 긁었다 열렸다 터졌다 경판 한 장을 새기었다 이번 봄
출처 : 시평
글쓴이 : 이원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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