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태준(文泰俊)
1970년 慶尙北道 金泉市 출생. 高麗大學校 國文科 졸업
1994년
『文藝中央』新人文學賞에 詩 「處暑」등이 당선되어 등단
시집으로 2000년 『수런거리는 뒤란』,2004년
『맨발』
2006년 『가재미』
2004년 제17회 <東西文學賞>
受賞, 2004년 제4회 <露雀文學賞> 受賞
2005년 제3회 <唯心作品賞> 受賞. 2005년 제5회
<未堂文學賞> 受賞
2006년도 <소월시문학상>수상
현재 佛敎放送 라디오
프로듀서
시학-2006,7,(미당문학상-문태준,유종호,한성례)
누가 울고 간다
밤새 잘그랑거리다
눈이 그쳤다
나는 외따롭고
생각은 머츰하다
넝쿨에
작은 새
가슴이 붉은 새
와서 운다
와서 울고 간다
이름도 못 불러본 사이
울고
갈 것은 무엇인가
울음은
빛처럼
문풍지로 들어온
겨울빛처럼
여리고 여려
누가
내 귀에서
그 소릴 꺼내 펴나
저렇게
울고
떠난 사람이 있었다
가슴속으로
붉게
번지고 스며
이제는
누구도 끄집어낼 수 없는
가재미
김천의료원 6인실 302호실에 산소마스크를 쓰고 암투병 중인
그녀가 누워 있다
바닥에 바짝 엎드린
가재미처럼 그녀가 누워 있다
나는 그녀의 옆에 나란히 한 마리 가재미로 눕는다
가재미가 가재미에게 눈길을
건네자 그녀가 울켝 눈물 쏟아
낸다
한쪽 눈이 다른 한쪽 눈으로 옮겨 붙은 야윈 그녀가 운다
그녀는
죽음만을 보고 있고 나는 그녀가 살아온 파랑 같은 날
들을 보고 있다
좌우를 흔들며 살던 그녀의 물속 삶을 나는
떠올린다
그녀의 오솔길이며 그 길에 돋아나던 대낮의 뻐꾸기 소리며
가늘은 국수를 삶던 저녁이며 흙담조차
없었던 그녀 누대의
가계를 떠올린다
두 다리는 서서히 멀어져 가랑이지고
폭설을 견디지 못하는
나뭇가지처럼 등뼈가 구부정해지던 그
겨울 어느 날을 생각한다
그녀의 숨소리가 느릅나무 껍질처럼 점점
거칠어진다
나는 그녀가 죽음 바깥의 세상을 이제 볼 수 없다는 것을 안다
나는 다만 좌우를 흔들며 헤엄쳐 가
그녀의 물속에 나란히 눕
는다
산소호흡기로 들이마신 물을 마른 내 몸 위에 그녀가 가만히
적셔준다
가재미2
꽃잎, 꽃상여
그녀를 위해 마지막으로 한 벌의 옷을 장만했다
세상에서 가장 커다란 옷, 꽃상여
그녀의 몸은 얼었지만
꽃잎처럼 화려한 옷을 입고 있다
두꺼운 땅거죽을 열고 둑 같은 고요 속으로 천천히
그녀가 걸어들어가 유서처럼 눕는다
울지 마라, 나의 아이야, 울지
마라
꽃상여는 하늘로 불타오른다
그녀의 몸에서 더 이상 그림자가 나오지 않는다
붉은 흙 물고기
상두꾼들이 그녀의 무덤을 등 둥근 물고기로 만들어주었다
세상의 모든 무덤은 붉은 흙 물고기이니
물
없는 하늘을 헤엄쳐 그녀는 어디로든 갈 것이다
개를 데려오다
석양 아래 묶인 한 마리 개가 늦가을 억새 같다
털갈이를 하느라 작은 몸이 더
파리하다
석양 아래 빛이 바뀌고 있다
그녀가 정붙이고 살던 개를 데리고 골목을 지나 내 집으로
돌아오다
살구꽃은 어느새 푸른 살구열매를 맺고
외떨어져 살아도 좋을 일
마루에 앉아 신록에 막 비 듣는 것 보네
신록에 빗방울이 비치네
내 눈에 녹두 같은
비
살구꽃은 어느새 푸른 살구열매를 맺고
나는 오글오글 떼 지어 놀다 돌아온
아이의 손톱을 깎네
모시조개가 모래를 뱉어놓은
것 같은 손톱을 깎네
감물 들 듯 번져온 것을 보아도 좋을 일
햇솜 같았던 아이가 예처럼 손이 굵어지는 동안
마치 큰 징이 한
번 그러나 오래 울렸다고나 할까
내가 만질 수 없었던 것들
앞으로도 내가 만질 수 없을 것들
살구꽃은 어느새 푸른 살구열매를
맺고
이 사이
이 사이를 오로지 무엇이라 부를 수 있을까
시간의 혀끝에서
뭉긋이 느껴지는 슬프도록 이상한 이 맛을
수평(水平)
단 하나의 잠자리가 내 눈앞에 내려앉았다
염주알 같은 눈으로 나를 보면서
투명한 두 날개를 수평으로 펼쳤다
모시 같은
날개를 연잎처럼 수평으로 펼쳤다
좌우가 미동조차 없다
물 위에 뜬 머구리밥 같다
나는 생각의 고개를 돌려 좌우를
보는데
가문 날 땅벌레가 봉긋이 이어놓은 땅구멍도 보고
마당을 점점 덮어오는 잡풀의 억센 손도 더듬어보는데
내 생각이 좌우로
두리번거려 흔들리는 동안에도
잠자리는 여전히 고요한 수평이다
한 마리 잠자리가 만들어놓은 이 수평 앞에
내가 세워놓았던 수많은
좌우의 병풍들이 쓰러진다
하늘은 이렇게 무서운 수평을 길러내신다
맨발
어물전 개조개 한 마리가 움막 같은 몸 바깥으로 맨발을 내밀어 보이고 있다
죽은 부처가 슬피 우는 제자를 위해
관 밖으로 잠깐 발을 내밀어 보이듯이 맨발을 내밀어 보이고 있다
펄과 물속에 오래 담겨 있어 부르튼
맨발
내가 조문하듯 그 맨발을 건드리자 개조개는
최초의 궁리인 듯 가장 오래하는 궁리인 듯 천천히 발을
거두어갔다
저 속도로 시간도 길도 흘러왔을 것이다
누군가를 만나러 가고 또 헤어져서는 저렇게 천천히 돌아왔을
것이다
늘 맨발이었을 것이다
사랑을 잃고서는 새가 부리를 가슴에 묻고 밤을 견디듯이 맨발을 가슴에 묻고 슬픔을
견디었으리라
아― 하고 집이 울 때
부르튼 맨발로 양식을 탁발하러 거리로 나왔을 것이다
맨발로
하루 종일 길거리에 나섰다가
가난의 냄새가 벌벌벌벌 풍기는 움막 같은 집으로 돌아오면
아―하고 울던 것들이 배를
채워
저렇게 캄캄하게 울음도 멎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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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태준(文泰俊)은 '누가 울고 간다'를 비롯한 여러 편의 작품으로 제5회 미당문학상(未堂文學賞)을 수상하였다. 그 심사 과정에 참여하면서 나는 그의 근작(近作)들에 대하여 이렇게 평했다. “세밀한 것을 잡아 깊이 끌고 나가는 사유의 깊이가 느껴진다. 사물을 탐색하는 절묘한 리듬이 실려 있다. 한국 시 확장에 큰 역할을 할 정도로 시가 섬세하고 깊어진다는 느낌을 준다. 관념적으로 느껴지지 않고, 특정한 시적 담론으로는 도저히 포괄할 수 없는 폭 넓은 주제를 견지하고 있다. 형상화 능력이나 어법이 매우 뛰어나고, 모방의 흔적이 없는 독자성을 가지고 있다. 많은 양의 작품이 발표되었지만 그 안에 지루한 반복이 아닌 시세계의 역동적 변화를 내포하고 있다.” 다시 읽어보아도 최근 문태준 시학이 보여주는 눈부신 역동성을 고평(高評)하고 있는 진술로 느껴진다. 물론 이 같은 평가의 이면에는 그의 시에 대한 세간의 이러저러한 의혹들, 이를테면 그의 시가 단조로운 동어반복이 아닌가 하는 시각, 젊은 사람이 너무 늙은 시를 쓰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 시가 구체성을 상실하고 초월성이나 보편성으로 비약해버린 게 아닌가 하는 비판 등에 대한 내 나름의 옹호가 담겨 있다.
유성호(柳成浩)
미당문학상 수상자 문태준 / 韓成禮(시인, 번역가)
중앙일보사와 자회사인 「문예중앙」이 함께 수여하는 <미당문학상>은 역사가 그리 길지 않은 시문학상이지만 한국을 대표하는 4대 시 문학상 중 하나이다. 이 상과 함께 소설부문에서는 <황순원문학상>이 수여되는데 이 상 또한 소설문학상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매해 기라성 같은 시인과 소설가가 수상을 했으며 무엇보다 한국에서 가장 상금이 많은 시문학상이다.
<미당문학상> 수상자 문태준시인은 한국의 주요 시 문학상을 두루 다 받았을 정도로 역량이 대단한 시인이다.
일본에 소개된 내용, 출처, 내영혼의깊은곳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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