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기房(문학외일반)

한국무속인열전/서정범 교수

길가다/언젠가는 2006. 4. 27. 02:54
작품세계

<한국무속인열전>을 펴내며

내가 언어학자로서 무속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은 1958년 경부터였다. 나의 언어학의 주제는 우리말의 뿌리를 찾아내는 것이고, 그 말의 뿌리와 어원을 밝히려다 보니 그 연구가 선사시대(先史時代)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했다. 그러다 보니 그 시대는 신(神)의 시대라고 할 수 있었기 때문에, 신의 세계를 알려고 하면 자연 우리나라의 무속의 세계를 알아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하여 본격적으로 무속인들을 만나 듣고, 이야기하고, 느낀 것을 수필 형식을 빌려 쓴 것을 여기에 모은 것인데 오늘까지 45년 동안 약 3천여 명의 무속인들을 접하게 되었다.
나는 무속의 세계에 접근하면서 사람이란 무엇인가 하는 의문이 생겼고 사람의 무한한 잠재력에 놀랐으며, 그 무속의 세계가 너무나 흥미롭고 신비로운 것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무당은 왜 되는가, 신이란 무엇인가, 신은 존재하는가, 신이 있다면 그것은 무엇인가, 저승은 정말로 있는가, 예언을 하고 병을 고치는 초능력은 또 무엇인가, 그들의 삶과 죽음은 무엇인가, 무녀들의 근원적인 힘은 무엇인가, 그들과 일반 사람들과는 무엇이 다른가 등의 문제들을 추적하고 밝혀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러니까 그들의 외형적인 것보다는 눈에 보이지 않는 내면적인 의식세계에 흥미를 같게 되고 또 그것을 밝혀보려고 한 것이다.
이러한 것을 추적하는 가운데 '사랑'이 인간 생명의 원동력이라는 것을 새삼 알게 되었고, 이 사랑의 정체는 또 무엇인가에 대해서도 추적해 보았다.
사람에게 중요한 것 중의 하나가 생(生)과 사(死)의 갈림길이라 하겠고 두 생과 사를 다리 놓아서 생의 보람을 느끼게 할 수 있는 것은 '사랑'이 되는 것이다.
무속의 원초적인 내면세계를 통해서 현대에 사는 우리들이 '나는 무엇인가'에 대해 되돌아볼 수 있는 거울이 되리라 믿으며 아우려 종교와 문화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고, 우리 민족의 정신적 원형도 생각해 보게 될 것이다.

이 책의 내용들 중 제1~5권은 그동안 각종 간행물에 발표했던 무속에 관한 글들과 <무녀별곡> 전7권에 수록되었던 내용을 추리고 첨삭한 것이며, 제6권은 금년에 새로이 취재하여 쓴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2002년 저물녘에
서 정 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