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에 관하여 / 김영남
나는 위보다는 밑을 사랑한다
밑이 큰 나무, 밑이 큰 그릇, 밑이 큰 여자……
그 탄탄한 밑동을 사랑한다
위가 높다고 해서 반드시 밑동도 다 넓은 것은 아니지만
참나무처럼 튼튼한 사람,
그 사람 밑을 내려가 보면
넓은 뿌리가 바닥을
악착같이 끌어 안고 있다
밑을 잘 다지고 가꾸는 사람들 ……
우리도 밑을
논밭처럼 잘 일궈야 똑바로 설 수 있다
가로수처럼 확실한 밑을 믿고
대로를 당당하게 걸을 수 있다
거리에서 명물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밑이 구린 것들, 밑이 썩은 것들은
내일로 얼굴을 내밀 수 없고
옆 사람에게도 가지를 칠 수 없다
나는 밑을 사랑한다
밑이 넓은 말, 밑이 넓은 행동. 밑이 넓은 일……
그 근본을 사랑한다
근본이 없어도
근본을 이루려는 아랫도리를 사랑한다
* 1957 전남 장흥군 대덕읍 분토리
출생
1985
중앙대학교 경제학과
졸업
1997 세계일보 신춘문예 시 <정동진역> 당선으로 등단
1998 시집 '정동진역(민음사)'
1998 윤동주
문학상(우수상)수상
2001 시집 '모슬포
사랑'(문학동네)
2002 중앙문학상
수상
2004 문학과 창작 작품상 수상
현재 중앙대학교 기획조정실에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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