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다흘린흰소리

짓궂게도 덤벼든 봄앓이/ 장진영

길가다/언젠가는 2017. 10. 9. 21:33

 

 

 



짓궂게도 덤벼든 봄앓이

 

  장진영      

 

 

    평년 같으면, 우수 경칩에 개구리 뒷다리도 힘을 얻어 폴딱거리며 하늘과 땅의 거리를 잴 것인데, 진즉 와야 할 봄은 지난겨울 푸짐한 雪花 품에 홀렸는가 느닷없는 눈발을 내리퍼붓거나 바람난 과부 속곳에 흙모래 풍선 달아 수만 리 허공에 흩뿌리기도 하는데, 이런 현상을 짓궂다-란 말로 표현하려 하였다 

    헛눈질하는 짓궂은 봄날 뒷걸음을 닮았던가, 아니면 널뛰기 내리막길 펄럭이는 암내에 홀렸던가곧 죽어도 앞문이든 샛길이든 국문과를 나왔다는 나는짓궂다-란 한심스런 철자가 지꿋다 지굳다 짖굿다로 요동치는데 지읒과 쌍지읒 쌍기역 철자의 혼돈에 좃인가 좆인가도 흔들리기도 했다

   옛 여인 입술 끝에 멍든 살갗 뚫고 주책없이 덤벼든 몽정의 황홀한 찰나에, 새벽 똥장군의 퍼 퍼 날 선 소리에 뾰족산을 치고 있는 아랫도리 뿌리는 주책없이 시들고야 말았다 짓궂게도

 

 *시와 정신 가을호(61호) 발표작

 

 

    오늘은 한글 반포(1446년) 571번째 생일에 감사한다, 우리의 글과 말마저 빼앗기려 했던 혹독했던 일제강점기를 거쳐 먼저가신 先祖 님들의 역정 덕분으로 우리는 소통하고 있다, 먼저 가신 님들께 감사해야 한다, 그러나 언어에도 생명이 있는가, 알아먹지 못하는 신조어니 줄임말...에 기가 찰 때도 있다, 나 역시 이리  아름답고 과학적인 체계로 얽힌 한글 앞에 헝클어짐 한 두 번이 아니다, 몇 해 전, 겨울 동굴 끝을 타고 목련의 꿈이 한창 부풀어 오를 때, 마땅히 할 일도 없어 토닥거리다가 한심스러운 자신을 원망하면서 흰소리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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