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틈새 눈이 내렸다, 산 머슴으로 쪄든 몸뚱이는 소복소복 소곤댄 그 귀한 님의 소리 듣지 못했다
한 마리 벌레로 뒤척이고만 있었다, 창틈 새로 어설피 들리는 동네 이장 스피커 알림에도 그냥
그대로 게으름으로 물든 이부자리 혼자 눕자 했다,
그렇다, 봄부터 주름진 등고선 오름길에서 고름 차오른 염증 소리 한 두 번 들었던가, 앓았던가,
흔들리는 무릎의 좌표 앞에 주저앉기 한 두번이었던가, 그 소리 가슴으로 스며든 아픔 견뎠기에
눕혀줄 수밖에 없었다,
오늘 밤도 내내 어젯밤처럼 소곤소곤 속삮여 주시라, 원 없이 겨울 동굴 들이박혀 그대 소리에
귀 열겠소, 그대 소리받아 적기나 하면서 내내 겨울잠에 들었으면
고즈넉함 뿐이다, 고향 아닌 고향이 되어버린 산골 마을, 잠깐이라도 머물 곳 있음에 감사한다
나의 애마는 간밤 폭설에 발이 묶였다, 망중한의 하루가 좋다,
봄부터 써내린 붉은 사연 떨구기 싫었던가, 기여, 소박 맞은 사연을 읽으시라,
치목마을 팀원으로부터 김장김치를 담은다 하여 도우려 갔다, 갑자기 내리는 폭설에 두 내외분은 여념 없었다, 떨고 있었다,
불당번을 자처했다
기성 아우님도 곁들었다, 올 여름부터 함께한 팀원, 산꾼을 넘어 넉넉한 인간미가 좋다,
기성 아우님, 쉬었다 하시라, 허리 두 동강 나겠다,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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