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다흘린흰소리

2008년 2월 24일 맑음- 숭례문의 비애(悲哀)

길가다/언젠가는 2008. 3. 3. 17:33

 

2008년 2월 24일 맑음

 

 

 아부지 말이요,

 

왕하고 대통령하고 뭣이 틀린 것이당가? 글쎄 말이다. 옛날에는 거시기 뭐냐 거시기를 왕이라 했을 것이고

요즘 뭐 거시기들을 대통령이라고 하드라만 정확히는 나도 몰것다아 시방도 왜놈들은 천황이라고 부른 겁드라만 나는 한 번도

못 들어봤고 불러보지 못해 더 말을 못해주겠다아.

아빠, 내가 책에서 읽었는디 말이여, 옛날 왕들은 귀때기가 당나귀 귀를 닮아 이방이나 간신들이 말을 하면 그대로 곧이듣고

동생들도 먼데로 쫓아 불고 죽여불고 난리가 아니었드만,

그러다가 그래도 말을 안 들면 동생이 됐건 백성이 됐건 -이니 오너라- 해가꼬 시컴은 쥐약인가 뭔가를 타 먹여서 죽여 불기까지

했드만, 이 징한 놈이 어떻게 왕이 되었으까 나는 생각했구만, 글고 말이여, 이쁜 여자들을 뺏어다가 자기 각시로도 만들어 불고

애기도 까고 별놈의 짓을 다 했데에, 그래서 그 각시들은 한 번이라도 왕하고 같이 잘라고 백여쉬가 다 되어 왕한테 별놈의 갈보

짓을 해가꼬 정신을 홀라당 뺏어 불었다고 하드만, 그러다가 어느 날 왜란 이하고 호란인가가 왔을 때, 임금은 이것이 이쁜 각신

겁다하고 술이나 처먹고 간신들하고 기생들하고 놀기만 했다고 하드만, 그런데 말이여, 어느 날 막상 왜란이가 오는데 말이여

섹시는 아니고 흉악한 놈들이 칼을 들고 남대문을 들락거리고 동대문을 어스렁거링께 한 번도 껴안아 보지도 못하고 부리나케

도망질해붓다고 하드만,

내 말이 맞은가 어찐가? 아부지는 내 말이 씨나락 까먹은 참새새끼 짹짹 인가 뭣인가? 나는 참새가 까논 짹돌이가 아니고

분명 아부지가 까논 깐돌이가 아닌가, 그렁께 이 깐돌이 말에 그때그때 상대는 안 해줄지라도 고개라도 끄덕끄덕 해 주셔야안하겄

능가?

왓따아! 이늠이 영판 깐깐하게 덤벼드네, 니 아부지는 말이다 그랑께 뭐시냐 귓구멍에 말뚝박고 산 지도 오래고 니네들이나 잘

배우고 깨쳐서 이런 놈들을 왕으로 안 앉히면 될 것 아니냐 말이다, 바람이 쓸고 가다 벼락 박에 처박힌 먼지나 쓸다가 겨울에 죽을까

말까 하다 살아난 풀이나 솎아 먹으면서 살라는 주제꼴에 말이다. 흰소리로나마 위안하고 자위하다 더는 죄없이 살라고 퍼덕이고

있는 것을 너는 몰것냐, 이놈아,

아빠, 글지말고 말이여, 엊그저께 말이여, 인터넷에서 벽돌 깨기를 신나게 하다가 말이여, 쌓아놓고보면 허물어지고 해분께 말이여,

어른들이 노는 카펜 가에 들어갔거든요, 그런데요,

- 깐돌이 놈이 무슨 얘길 할라고 어른티를 내면서 존댓말을 하는겁따 낌새가 이상하기도 할라 한데, 잠은 오고 제발 그만 했으면 한데,

고슴도치도 지 자식은 이뻐하드라고 내가 까논 깐돌인데 할 수 없제, 하면서 그래 얘기해 보라 한다 -

긍께말이여, 요즘 성인들이 맨드러 놓은 까펜가에 들어가서 쫙 훑어 보았구만요, 별놈의 이야기가 있었는데요 요즘 왕들에 대해

집중해서 읽었구만요, 근데 말이요, 요즘 왕인가 대통령인가들도 옛날 못 된 왕들 못지않습디다요,

왜냐하면 말이요, 옛 왕들은 거짓말 하는 간신들에 의해 귀가 얇았던가 허벌라게 찢어졌던가는 몰 것 소만은 그 말을

곧이듣고 사람을 죽에 불고 재물을 뺏아 불고 즈그들은 화냥년들하고 놀아나고 별놈의 짓을 다 했드만요,

반면에 요즘 왕들은 자기가 왕이 될라고 전라도 광주 사람들을 허벌라게 죽에 불고 감옥 보내고했드만

그래가꼬 청문횐가 뭔가에 나가서 사람들이 물어보면 방금 했던 말도 안 했다고 싹 딱아불고 지가 뭐 재갈인가 공명이가 된 것처럼

별놈의 쓰랄대가리 없는 조환가를 부리다가 끝에서는 백담사나 감옥소로 갔드만요,

기가 막힙디다요, 그러니까 대통령이 될라면 공부는 때려치우고 사기나 치면서 도둑질이나 배우고 총질을 잘하면 쓸란가?

밥은 안 먹고 말이여, 거짓말만 묵고살아야 대통령이나 회장이나 사장 나발이라도 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구만요.

허허, 인왕산 호랭이는 뭣을 먹고 살고 있는가 싶네, 높은 자리에 있는 양반들의 죗값을 어떻게 갚을랑가 한심스럽다는 생각에,

나보다 더 불쌍하다는 생각에,,,,,,깐돌이의 얘기를 듣다보니 불쌍한 왕의 이름이구나 싶다.

아부지 말이요, 엊그제께는 남대문을 홀랑 꼬실라 버렸다고 하드만,,,,, 그렁께 말이여,

이것이 나라에서 젤 값나간 대문인께 열쐬를 꼭 채워놓고 왜놈이고 됏놈인가 땟놈인가를 얼씬도 못하게 되어

있었는데 이번 대통령인가 할라는 사람이 시장인가 뭔가로 있을 때 문을 열어 줬다고 하데, 글면 말이여,

 

이 문을 열고 첨으로 걸음 하면서 앗싸한 모양새로 그때부터 임금의 폼을 잡기도 했었거구먼이라,

 

그래서 이 기운을 받아 대통령이 되었으까?

나도 대체 이 세상판이 어떻게 돌아간지 몰것다야,

근데 말이여, 이 사람이 이번 대통령이 되어서 그럴싸하게 일을 할라한께 타버리냐 말이여,

뭔가 잘 못 된 것이 있기는 있는 모양이여, 낮말을 새가 듣고 밤 말을 쥐가 듣는다고 하던데 말이요,

둥글게 돌아 가야하는 판이 뾰죽한 세 모판이 되고 차 소리고 비행기 소리에 밤낮으로 거짓말을 해도

못 들었는 겁다야, 깐돌이와 나는 이런저런 흰소리에 밤은 깊었다, 사랑스런 깐돌아 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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