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다흘린흰소리

헛소리 6- 지옥으로 가는 길

길가다/언젠가는 2006. 7. 4. 15:06
 

  추억이란 제아무리 험난하고 추하고 부끄러운 것도 지나고 보면 그리움으로 다가와 미소하게 만들곤 하지요, 몇 해 전, 엉망으로 헝클어진 서재를 정리하다 색 바랜 원고지를 뒤적이다 20년이 훨씬 넘은 세월의 때로 범벅인 낙서장을 보게 되었습니다, 이것도 한 사내의 추억이 될 것 같아 삭제 없이 간직하려 합니다,

  아마, 그때 술에 취해 정리되지 않은 심정으로 술기로 가득한 것 같아 최대한 상스럽고 거슬린 언어를 수정했으나 그 때의 심정을 상하지 않기 위해 살려둔 미숙한 언어 앞에 양해를 바랍니다, 지금의 아내가 되었기에 그 때의 아쉬움은 덜 하지만 그 때의 심정은 감당하기 무척 힘들었다고 시인하면서 다시 한 번 이런 시절로 다시 갈 수 있다면,


지옥으로 가는 길 


연병 할 놈 새끼, 비난의 아우성이 나의 귓전에 메아리 쳐오고 사방은 통증으로 꽉 차있다, 야, 새끼야, 세상살이 다 근거고 그런 거지,
허기야 나에게 영원한 쪽팔림은 아니다만 지금 당장 콘디션인가, 뭣 인가가 별로
좋지 않으니 술이자 마시자,
술에는 별로 강자가 아니다만 차후의 예측은 물 건너 보내놓고 술자리를 만든다,
주머니 사정이 조금 여유가 있어 소주를 마시자는 친구 녀석의 권유를 뿌리치고 맥주로 시켜놓고 퍼 마시기에 여념 없다,
우리들의 곁에는 싸가지 없는 녀-ㄴ-들이 달라붙어 잔을 채웠고 속없는 우리들은 좋다며 정신없이 마신다, 술맛이 기똥차고 계집년이 예쁘고,,,,,,, 좋다, 좋아,,,,,,,,,

그런데 넌 왜?
길게 내린 머리며 우뚝 선 콧날이며 앵두 같은 입술이며 솜처럼 하얀 살결에
덩실한 가슴골도 죽은데 라곤 찾기 힘든 선인들의 창작품일까?
아니면 넌, 분명 황진이의 후예임에 확실하구나, 그런데, 참 안됐구나,
넌, 오늘 저녁 술집 女답게, 빈 잔이나 잘 채워주고 이 녀석들 기분이나 쨈 맞춰주라.

어둠이 길게 내린 충장로는 속없이 떠드는 미친 년, 놈들이 싸구려 여관방이나 찾는 듯 덤벙 거리며 방황의 끝을 기다린다.
한참, 행복하겠구나, 담 넘어 불 꺼진 창속의 새끼들은 참말로 행복하겠구나,
느네 들도 오늘 밤 엔조이 많이많이 해라, 중얼거림을 뱉어내고 다시 술자리를 찾는다,

자정이 넘은 시계바늘은 나를 초조하게 만든다,
그러나 이 초조함은 옆에 매미처럼 붙어있는 잘 조각된 女如들에게
홀랑 빠져있어 정신은 없고, 초조함은 망각의 늪으로 빠져 들고만 있었다.
계집년의 화장 내며 솜처럼 하얀 젖가슴을 훑어 볼 때 나는 마냥 환장할 정도로 좋기만 했다, 이 모든 것, 또 하나의 다른 것, 안아보고 싶다, 꾹 부등켜 빠지고 싶다, 하수통이 되더라도 방 삼아 뒹굴고도 싶다, 나의 몸은 갑자기 용광로에 달아 오른 열화로 혼절의 늪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러나 억제하고 참아야 한다, 사실상 참아야 할 이유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내가 뭐 성인군자의 후예도 아니고 말이다. 그녀를 여관방이나 아니면 싸구려 여인숙으로 데려 갈 땡전을 술값으로 치르고 나니  털털이인 것이다, -2차는 친구 녀석의 몫으로 할애하고-
돈이 없어 쪽팔리니 일찌감치 포기하고 조용한 무드나 찾아 볼 까 하노라
난, 너희들과 같은 女ㄴ들이 좋아서 술을 마시는 것이 아니라, 취하기 위해 여기에 있고 괴로운 사연을 잊어버리기 위해 너희들과 희희덕 거리고 있는 것이다.

헐래 벌떡 달려 온 광주의 거리도 낮 설기 짝이 없고 안개 낀 어느 시골 거리 또한
냉혹하게 나를 후려쳤다, 고등학교 두 해 째 만난 그를 찾아, 칠년의 세월을

견디다 못해 찾아갔건만, 코스모스 길 따라 덜거덩거린 완행버스에 몸을 흔들리며 찾아갔건만, (여보세요,,,혹시 이00댁이죠, 했더니 대번에 어느 노인네가 하신 말씀일 랑, 우리 집안을 어떻게 보고 이 버릇없는 놈이 무슨 짓이냐고 한참을,,,,뚝, 끊어 버린다. 나도 질세라 오기를 발동시켜 다시 전화통의 숫자를 돌린다,
“제발 그녀의 목소리라도, 하느님, 관세음보살님, 신령님, 마리아님,,,,,,,,“
그러나 또 다시 훈방 아닌 훈방을 듣고 광주로 올라오는 그 심정, 오죽했으랴,

어차피 내 던져진 몸뚱이 이기에, 고독으로 뒤집어 쓴 운명이라 접어두고
자신이라도 최후까지 사랑하고 아끼려 한다,
녀석이 춥다면 얇은 조각이라도 포개주고, 고프다 하면 노동판이라도 구걸 하면서 땅이라도 헤치면서 배를 채워주고, 괴롭다면 술과 음악도 대접하고, 잠이 부족하다 치면 자리도 펴 주며 두 눈을 감게도 해 주고,,,,,,,,,,
이 얼마나 아름다운 사랑이며 온화한 광경이며 자기도취의 순간 이련가,
그러나 이 모든, 사랑에 익숙하지 못 하였기에 가슴 졸이며 참회의 경을 읊는다,
(옴살바 못자 모지 사다야 사바하,,,,,,,사다야 사바하, 옴아목카 바이로차나

마하무드라 마니파드마,,,,,)

야, 어째서 이상히 흘러 분다,
참회고 나발이고 뭔가는 후제 하고 허울의 울타리로 숨기려는 뭣인가 하지 말고

웃기지 말자,
스스로의 마음은 다시 지옥으로 안내 된다. 난 지옥의 직행버스에 몸을 실은 게 확실하다. 새벽 2시의 지옥 행 버스는 술통에 빠져있다.
숨구멍이 터져 난간 빈병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바닥에 뒹굴고 숨겨진 술병 앞에 장단 맞춰 계집년들은 좋다고만 한다.
아마 한탕 잡았다는 속셈으로 우리를 깔보고 있는 것만 같았다.
허기야, 모든 것, 女-ㄴ들이 다 알아서 해 부려라.
아무튼 술값이고 지옥이고 다 좋다, 좋아.
술을 쳐 먹는 녀석이나 술잔을 채우는 계집이나 내일 당장 모래밭에 혓바닥
꼴아 물고 뒤져 버려라.
이런 인생살이가 뭐가 좋다고 살라고 허둥대며 연병 짓 걸이냐,
허허, 이 말을 뇌이다 보니 조금은 심각 해 질라하네,

난, 옆에 있는 계집녀에게 심각한 표정으로 무슨 말 인가를 씨부렁거렸다,
너는 뭣 땀에 이런 고랑내 나는 곳에서 사냐? 그녀는 죽지 못해 산다한다.
허기야 너 같은 女ㄴ한테 뾰족한 답이 나 올 라고. 그렇다, 나 자신부터가

일, 팔, 육 나게 미련한 놈이고 연병 할 새낀데,
오늘, 지옥의 밤이 지나면 내일의 땅에도 해가 뜰까,
해가 뜬다면 내일은 분명 지옥이 아닌 천사들의 광경일지 모른다.

야, 그런데 지금의 나는 뭐냐?,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 거냐?
아니면 어디에도 없는 거냐?

온 몸은 피곤과 알콜이 차지하고 정신은 미치다가 발광하다 죽지 못한 신들린

귀신이 된 것 같다. 냉수 한 사발을 청해 마시고 조그만 문을 통해 거리에 나와
하늘을 쳐다보며 무엇인가를 뇐다.
하늘의 잔별들은 짝을 지어 다정히도 속삭인다.
그 중, 서 쪽 어느 두개의 별을 멍청하게 바라보고 있노라니
말 한 마디 못하고 그녀의 아버지께 욕만 작살나게 듣고 올라온 가시내의 얼굴이

나를 환장하게 만든다.
벌써 한 해, 한 해가 지나 칠년의 세월이 흘렀구나.
묵은해를 등지고 두 장의 월력을 넘기면 속절없는 나이테만 하나 더 그려지겠구나.
그녀의 손가락은 유달리 짧았고 머릿결은 부드러웠지. 그리고 그 가시내와 손을 걸고 철둑길을 걸으며 대학 진학과 속모를 언약인가를 속삭이고 부푼 꿈을 꾸었지,
그녀는 어젯밤, 구리선을 통해 들린 나의 목소리를 들었을까,
그녀의 아버지 호통을 듣고, 가소로운 입을 가리며 웃었을까, 아니면 연민으로나마 불쌍타 하였을까? 이런저런 망상이 머리를 뒤 흔든다.

언젠가는 드레스를 입고 어느 녀석의 품에 안겨 행복하게 놀아나겠구나, 하는 공상들이 끝없이 괴롭게 한다.
수다한 잡념이 아니, 가능하게 펼쳐질 수 있는 일들이 대갈통을 때리고 한없이 파고든다. 죽도록 싫다, 오늘은 이미 김빠진 날이니 술이나 더 쳐 먹고 잊을 것은 잊고 지옥의 문지기나 될까 하노라. 몇 잔을 더 마시니 이제 도무지 이겨 낼 재간이 없다.

난 오늘 해질 녘까지 몇 년의 형을 받고 고뇌하고 있는 교도소(군부대)의 문을 통과해야만 한다. 출감의 손가락 꼽기도 지쳤고 오늘은 오늘로써 묻어 버리면 되는 거야
속이 쓰린다. 오장육부가 성난 표정으로 나를 증오 한다.
아침에는 따뜻한 된장국이라도 훅, 풀어서 오장육부를 달래 줘야겠다.
이럭저럭 새벽의 교회 종소리가 고요를 뚫고 은은히 퍼진다.
울려라, 울려라 계속 울리고 멀리멀리 퍼져라. 찬송가도 부르고 기도도 열심히 하고

모두모두 하나님의 축복을 받으시오.
난, 오늘 저녁 내내 새벽이 다 하도록 술과 계집여의 축복을 실컷 받았소.

나의 가슴은 뭔가를 생각하고 있었다. 오늘과 내일, 그리고 모든 것들, 
정처 없는 것들은 어디론가 사라지려 한다.

“내가 없으면 다른 것도 없다
마찬가지로 다른 것이 없으면 나도 없다.
나와 다른 것을 알게 되는 것은 나도 아니요,
다른 것도 아니다.
그러나 나도 없고 다른 것도 없으면
나는 다른 것의 모음이요, 다른 것은 나의 흩어짐이다.
나와 다른 것을 아는 것은 있는 것도 아니요, 없는 것도 아니다.
갈꽃위에 달빛이요, 달 아래 갈꽃이라, “
오늘도, 찾고 싶은 것이 있어 간신히 합장 한다.

 



코스모스 피어있는길/ 김상희

코스모스 한들한들 피어 있는 길
향기로운 가을 길을 걸어갑니다
기다리는 마음같이 초조하여라
단풍 같은 마음으로 노래합니다
길어진 한숨이 이슬에 맺혀서
찬바람 미워서 꽃 속에 숨었나
코스모스 한들한들 피어 있는 길
향기로운 가을 길을 걸어갑니다

* 길어진 한숨이 이슬에 맺혀서
찬바람 미워서 꽃 속에 숨었나
코스모스 한들한들 피어 있는길
향기로운 가을 길을 걸어갑니다
걸어갑니다 걸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