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의별 것이 있다 많다 하늘에는 땅위에는
별마저 광촉을 잃다 없어지고 생겨지고 있는 것이 없어지고 없던 것이
일어나고 없는 것이 없어도 잡지 못해 없는 것이 되어지고 눈을 뜨고 보아도
걸어도 밤길 헤매는 장님으로 가시덤불에 아래 구덩에 빠져 흙밥이 되었다,
그 속에 뿌리를 키우니 잎이 나고 꽃이 되었다
그 꽃의 이름을 바람꽃이라 이름하고 나의 꽃이라 점지하였다 바람꽃은
바람으로 만든 마차에 구름을 싣고 능선 어귀에 쉬어가다 구름을 만들어
비를 내리기도 몸통을 키우고 가지를 얽혀 한 철 한 철 꽃을 피웠다 지웠다
그러다가 자신이 만든 바람에 휘어 또 다른 흙밥이 되었다,
또 하나의 뿌리를 키웠다 나무가 되었다 허공을 향해 맘껏 채우라
하늘나무라 가칭하고 나의 분신이 되라 한다
향기 없는 꽃이지만 새들의 노래로 열매를 맺기도 행인의 쉼터도 마련해 주었다
어느 날 곧게 뻗은 몸통은 동강 되어 토막으로 실려 갔다
호화판 가택의 발판이 되고 식판으로 장기판 바둑판 침寢판으로 별의별 것이
되었다 껍데기는 바람에 쓸려 이리저리 박히다가 먼지가 되었다
먼지 되어 하늘 나무를 찾았다 잘려나간 밑동엔 진득한 눈물로 굳어져 있었고
마른 가지만이 상처를 감춰주고 있었다
헐어저간 몸통은 다른 흙밥 되어 또 다른 뿌리를 옭아매며 하나의 이름을
찾고자 안간힘을 쏟았지만 별의별 것이 되어도 봤지만
무엇 하나도 영원한 것은 없었다 있어도 쥐어지지 않았고 없는 것이 없어도
나의 것은 하나도 없음을 알았을 때, 바람이었음을, 먼지었음을, 구름이었음을
흙밥이었음을.
불나비/ 김상국 | 스토리1 | 2006/01/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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