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꽃이 필 때
-김윤희
목욕탕 안 노파 둘이
서로의 머리에 염색을 해준다
솔이 닳은 칫솔로 약을 묻힐 때
백발이 윤기로 물들어간다
모락모락 머릿속에서 훈김 오르고
굽은 등허리가 뽀얀 유리알처럼
맺힌 물방울 툭툭 떨군다
허옇게 세어가는 등꽃의
성긴 줄기 끝,
지상의 모든 꽃잎
귀밑머리처럼 붉어진다
염색을 끝내고 졸음에 겨운 노파는
환한 등꽃 내걸고 어디까지 갔을까
헤싱헤싱한 꽃잎 머리올처럼 넘실대면
새물내가 몸에 배어 코끝 아릿한 곳,
어느새 자욱한 생을 건넜던가
아랫도리까지
겯고 내려가는 등걸 밑
등꽃이 후두둑 핀다
[심사평]... '등꽃 필 때'는 객관적 시선으로 대상을 담담하게 묘사해낸 솜씨가
잘 발휘되어 있었다. 평범해 보이지만 결코 범상한 솜씨가 아니었다...
/심사위원: 정현종. 정현기. 최동호/
*연세대학교 윤동주사업회 주체 전국 대학생 대상 제6회 윤동주 문학상에
"등꽃 필 때"가 당선되었습니다. 더불어 제26회 계명문화상에도 당선되었습니다,
축하합니다,
'詩가 있는 하루' 카테고리의 다른 글
흰길이 떠올랐다/정윤천 (0) | 2006.05.29 |
---|---|
우리는 어디서나 외 /오규원 (0) | 2006.05.27 |
[스크랩] 무화과/김지하 (0) | 2006.05.21 |
별똥별의 비밀 -오봉옥//詩낭송-민경남 (0) | 2006.05.19 |
[스크랩] 이사_박영근 (0) | 2006.05.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