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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살았으면
-장진영-
어느 포수의 눈총 받아
추락하는 새의 가슴 안고
같은 아픔으로 울어주는 누군가가 있었으면
하루 종일 주인의 뜻을 받아
죽은 벌레의 깃털을 나르는 개미의 길섶에서
한 줌의 유언을 얘기할 수 있는
누군가가 있었으면
어젯밤, 꿈자리 좋아
구겨진 지폐를 입에 물고
복권의 뒷장을 어루만지다
며칠의 들뜬 시간으로나마 서로 사랑했으면
길가에 헛웃음 치며
밤을 잃은 소녀와 밤새 불러본 노래 속에
한을 실어도 좋으련만
한 뼘도 안 된 애환의 녹슨 땅은
억새풀이 한창인데
그 아래,
빛바랜 기억 걸고 이렇게 살아도 좋겠다
출처 : e 시인회의
글쓴이 : 미소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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