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불산(장흥군)
고향 찾기
장 진 영
흔히들 말하는 나의 고향은요, 전라남도 장흥군 장흥읍 향양리 532번지 입니다, 아버님 함자는 택자, 규자고요, 어머님은 위자 정자 례자 입니다, 부처님 아내로도 부족함이 없으실 어머님은 탐진댐 뭍으로 고향마저 담그시고 저승 꽃 문신만을 피우시다 쓰러지시기도 하시면서 갈수록 애가 되어 가신 어머님 이시답니다, 그래도 두 분께서는 어찌, 궁합이 잘 맞아떨어지셨기에 두 자식 항아리에 묻고도 밤톨 같은 고집통 구 남매를 키우셨고요, 못 배운 것의 한풀이라도 하셨듯이 학교도그런대로 마치게 했지요, 아버지란 직함을 얻어 되새기니 두 님의 옹골참에 입을 떡 벌리곤 합니다,
이왕 여기서 아직도 먼 길을 가는 김에 얘기하나 흘리고 가지요, 로맨틱으로도 다 풀 수 없는 로맨스로 꽉 찬 광경 하나요, 그러기 전에 올해로 아버님이 86세고 어머니는 세 살 아래이시죠, 30년을 훌쩍 넘어, 늘 그랬듯이 축 내려진 바지춤에 허기 끌고 학교를 다녀와 무심코 큰방 문을 열었거든요, 그런데 한여름 대낮 두 임의 몸은 나일론 홑창 새로 헝클어져 있었고요, 어디가 끝인지 모를 긴 여정의 숨가쁨은 방안에 꽉 차 있었거든요, 순간, 얼마나 무색했던지 숨소리 죽여, 어~엄~니~바~압~어~디~있~능~가~, 구렁이 담 훔친 흰소리만 떨구고요, 슬며시 문을 닫고 굴다리 아래 튀김집으로 줄행랑쳤지요,
그 후 그만, 돌아가야 할 번지수를 잃어버려 떠돌이 시궁창 속 여기저기 헤매다 여느 겨울 송광사를 찾았지요, 그때부터 노스님으로 하여금 틈틈이 고향 찾기에 나섰지요, 이제야, 어렴풋이 알고 보니 영원한 내 고향은요, 내가 돌아가야 할 번지수는요, "어머니자궁속양수나라일번지" 이였거든요,
* 시와사람 창간20주년 특집- 봄/여름 통권8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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