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다흘린흰소리

어머니

길가다/언젠가는 2015. 6. 20. 16:05

 

 

 

 

 

누구에게나 평생을 같이 살고 싶은 사람이 있다,

늙지 않고 병들지 않으면서 서로가 쳐다만 봐도 좋을 사람,

옆에 있어만 줘도 고맙기 끝이 없고, 마냥 미소의 마당으로 가득한 그런 사람,

서로 줄 것이 없으면 마음 쓰리고 안쓰러운 마음으로 보내기도 하면서

그저, 속앓이 깊음으로 안녕의 기도로 대신하는 사람,

 

나에게는 그런 사람이 있었다, 바로, 나를 인간으로 창조하신 어머님!

6월 15일 14시경, 혼자서 먼 길 가시기 힘들다 하여 바래다 달라 어머니가 불렀다,

이젠 내 곁을 멀리도 떠나셨다,

 

나는 주는 것 하나 없이 평생 받기만 했다,

30여 년 전, 철 없이 보냈던 젊음의 어느날,

주소 한 장 달랑 들고 먼 길 마다 않고 전주에 있던 나의 자취방을 찾았다,

손가락에 낀 반지를 팔았다며 슬며시 놓고 가신 돈,

그 반지 값 하나 갚아드리지 못한 평생 도둑놈으로 살았다,

 

나는 마지막으로 해드릴 것을 찾았다,

이 세상의 끝이 얼마 남지 않았던 것을 예감한 간절함이 있었다,

마지막 여정으로  머물고 싶어 하셨던 고향 집이었다,

열 일곱에 한 남자를 만나 아홉 자식 낳고 길러 어머니란 이름표를 달았던 곳,

 

4년 전, 나는 결심했고 나의 의지를 주변에게 알렸다,

그러나 이런 계획과 의지마저 흐트러지는 나의 천박한 복,

몇몇 형제자매를 원망하고 한으로 살아 온 4년의 세월이었다,

 

평생을 살아오시면서 가타부타 남의 허물 한 번 뱉지 않으셨던 어머니.
그 옛날, 아침도 못 먹고 밤새 떨었다며 "아짐"하며 부르며 찾아 온 걸인에게 "어서 오소" 하면서

따뜻한 밥을 듬뿍 퍼주시고 허드레 이불까지 챙겨주셨던 어머니,
어느날, 집 앞 모퉁이에 거품을 품고 쓰러저 있던 행인에게 이불을 덮어주고

물과 밥을 먹여 보냈던 어머니,

모내기를 한다거나 하여 동네 사람들이 집에 일을하려 모여들면 기꺼이 저녁까지 챙겨 보낸 어머니,

막내 며느리로 점지되었지만 30여년 멀다

할아버지 분비물 받으시고 마지막 수발을 극성으로 모셨던 어머니,

 

전화를 한다거나 오랜만에 만나도 옳다 그르다 시비 한 번 가리지 않고

그저 기쁨의 표정으로 "오냐,오냐"로만 답하셨던 어머니,

헤어질 땐 그저 밥 잘 묵고 잘 살아라- 가 전부였고 끝이 였던 어머니!

 

부처님 아내로도 거리낌이 없으셨던 나의 관세음보살!

이젠, 나의 곁을 떠나셨다, 지금 나의 마당은 망망대해 펼쳐진 죄의 밀물만이 넘실 데고 있다,

슬픔의 눈물마저 죄가 될까 먹먹해진 가슴으로 울음했던 며칠이었다,

부디 4년 여 동안 못 뵜던 아버지 찾아 좋은 곳으로 가십시오, 평안을 누리소서, 원껏 날으소서,

하늘 세상에서 만나거든 어머니의 자식으로 걷어주시어

저의 한도 풀어주시고 죗값을 물으시어 갚게 하여주시옵소서, 어머니!

 

 

훔치다/ 길가다 장씨

 

  몸뚱이마저 쓸모없다 푸념이시다, 걸레를 주신다, 먼지를 훔치면서

구석구석 훔치셨던 한숨까지 훔치신다, 올겨울 자식 집에 머물면서 인

색했던 공경이나 훔치시라 했으나 홀로 피고 지는 자괴화(自壞花)를

피우셨나 홀대(忽待)꽃을 보셨나 "머니머니해도 살던 집이 조아야"

하시면서 떠나셨던 어머니

  온기 남은 자리를 훔치다가 반들반들 꿰인 108염주를 보았다, 반야

(般若)의 빛이었다, 얼마나 많은 날이 손끝에서 흘러갔을까, 새벽빛 합장

으로 몸을 일으킨 곡진한 두 무릎은 근심으로 수척했졌을 것인데, 그

누구도 눈물 한 점 훔쳐주지 못했다,

  몸에 고인 물기를 다 쏟으시고 지문은 모두 저 염주에게 내주었다,

지문은 길을 만들고 자식들 뿔뿔이 그 빛을 따라 떠났다, 어머니를

훔쳐 나 여기까지 왔구나, 눈마저 살점마저 나눠줘 버리고서 잡히지

않는 머리발을 줍고 계신 앙상한 어머니, 박제되어 가는 한 마리 새

같다, 손바닥에 얹으시면 잠드시겠다, 날아가시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