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다흘린흰소리

고향이란 나에게 어떤 의미로 남을 것인가,

길가다/언젠가는 2015. 5. 31. 14:26

 

 

고향이란 나에게 어떤 의미로 남을 것인가

 

 

어제는 고향인 장흥을 다녀왔다, 아버지의 마당 앞 들판엔 보기드믄 보리로 황금벌판을 깔고 있었다.

멀리로는 어릴 적, 눈만 뜨면 마주했던 억불산과 사자산이 그려지고 있었다,

고향이란 나에게 어떤 의미로 남을 것일까,

10여 년 전만 해도 고향을 잃어버릴 것 같은 상실감에 어머니의 젖줄이라 이름하고 불렀던 고향,

그러나 지금의 고향은 왜 이다지도 애환으로 남아 온 마음을 후비고만 있는 것일까,

이리 애타게 갈구하셨던 고향 땅 한 번 밟지 못하고 생을 마감하셨던 아버지의 땅,

나의 생각과 의지는 몇몇 형제자매의 사사로움에 갇혀 아버지의 뜻을 받지 못한 죄책감과

애환에 젖어서 일까, 그렇다,

그 아버지의 다른 자식들의 변명은 귀엣 속 벽을 넘어 진실인 양 번지고 계속 될 것이다, 효자였다고,

 

오늘은 아버지가 가신지 3년 째 날이다, 효의 끝은 어딜까,

부모의 의중을 간파하여 그 뜻을 실행함에 있을 것이다,

그리고 가신 뒤의 흔적을 아름답게 보전하고 후손에게 그 영혼으로 하여금 가문의 교훈 되어

길이 내려지는 것을 것이다, 그러나 효의 변질은 끝이 없는 현실이다,

형제자매라고 부르기에 부끄러운 이름이여,

이 세상에 가장 어려운 것이 용서하는 것이라고 하는 무거움 앞에

내가, 용서를 빌어야 할지 아니면 기꺼이 억지의 용서라도 하고 잊어야 할 지 모르겠다만,

부모에게 저지른 인륜의 패덕을 뻔히 알고 있는 나는 용서할 수 없어 이리 괴롭다,

 

아버지를 이리 보낸 나는

13년이 넘은 첫 시집에 이러한 진실의 왜곡을 예단하며 “내가 알기엔” 이란 글을 주절거렸다,

 

 

내가 알기엔

 

내가 알기엔 나의 아버지는 나의 아버지, 아버지 앞에 늘 효자셨고

나의 자식이 보기에 너의 아버지는 아버지에게 효자로만 보여지는 걸,

나는 나에 대해 잘 알고 있고, 나의 아버지는 아버지만이 잘 알고 계시고

또 하늘은 모든 것 알고 계시지,

늘 세상은 이렇게 번복되어 흐르고 흘러가는 것, 내 자식의 세월 속에도

이렇게 허울로 쌓여 인간의 역사를 이은가 싶다, -2002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