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다흘린흰소리

중얼거리다

길가다/언젠가는 2010. 12. 4. 13:35

 

 

......

 

나는 나대로 혼자인 것에 아무런 일 없다손 치더라도 오순이(오리)마저 혼자인 것이 늘 걸렸던 터, 그래서 두 달

전쯤에 벗이라도 하면서 살라고 오돌이 오갑이를 분양받았다는 것 아니겠소.

이놈들도 나름대로 생각은 있고 배고픔도 있다고- 멀리서 밟은 내 발걸음 소리에 괙~꽥 거리면서 어설프게 삐뚤

어진 몸짓 하며 나의 손길을 기다렸던 것으로 벌써 겨울은 시작되었소.

 

계절은 망각 없이 제 몫을 하겠다고 냉랭함으로 살갗을 파고들고 나목에 걸려있는 바싹 마른 잎사귀의 존재마저 

냉혹하게 후리치는 바람 앞에 산중의 밤은 깊어가오.

 

 

 11-30일 -옥수골 첫눈

 

봄부터 시작 된 산일은 진작 끝났지만 요즘 신식 일꾼은 자격증도 있어야 한다나... 작년부터 일꾼학교에 다니라는 재촉 앞에...-뭣이라고! 잡일꾼이 山 일이나 잘하면 되지 교육은 뭔 교육이고 자격증은 또 무슨 놈의 얼어죽을 자격증이냐- 쓰잘데 없는 소리 하지 말라고 묵살을 해왔지만...

 

산림조합 일을 하실라 면 이 자격증(임업기능사)은 필수라는 졸림에 할 수 없이 3주간의 교육을 다녔소.

아침 7시에 일어나 50여 킬로미터 산길을 거슬러 진안에 있는 '산림조합중앙회 기능훈련원'을 들락날락하면서

세상은 퍽도 변해가는구나, 옛날로 치자면 그저 식구들 목구멍에 풀칠이라도 해야겠기에 일 년에 대여섯

가마니 쌀로 새경을 얻었던 날일꾼이나 다름없는데 말이오,

이놈의 일꾼 노릇도 자격증이 있다는 것에 아하 하면서도 이것이라도 쥐어놔야겠다-고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아침이면 진안으로 끌리고 말았소.

 

예말이요, 세상살이 알고 보면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아닌 것이 아니게 맨날 닥치고 밀려가고 스러지는 것 앞에 울기도 웃기도 하고 별의별 짓거리로 씨부렁거리기도, 지랄법석도 떨면서 맘에는 하나도 없지만 짝짝꿍 박자도 맞춰줘야 하는 피에로가 되기도 한단 말이오.

 

이런 것들이 내 것이 아니라고, 이런 내가 아니라고 억지하여 보지만 이런 것들은 분명 나의 현상이 되어 이성을 넘어선 인정 속에 감춰놨던 감성으로 달래도 보면서 말이요, 이리저리 버겁기 끝이 없단 말이요.

그러니 이런저런 망상 끊고 흘러가는 세월 앞에 맡길 것은 맡겨보면서 소나무 숲길 이며 편백나무 한적한 한길이라도 촘촘 걸으면서 마음의 고요나 챙겨보십시다요.

 

한여름, 이리도 억세게 울어대던 매미 소리며 세상을 한바탕 뒤엎기라도 할 기세로 콸콸 흐르던 계곡물 소리도 잠잠하고 맹동으로 길을 내는 바람만이 사정없이 창문을 흔들고 있소. 어제는 올 연초부터 시작했던 일본여행(대망-12권) 7500페이지를 마감하면서 고추장에 멸치 대가리 푹 찍어발라 이슬이 한 잔으로 책거리도 하였소.

 

 

 

일본 영웅으로 오다 노부나가로 진행되었던 전국시대가 조선이며 명나라의 땅 욕심으로 이어진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어설픈 戰國을 마감시켰던 도쿠가와 이에야스(1543~1616)의 450여 년 전, 요람에서 무덤으로 펼쳐진 대하(大河)가 역력하게 뇌리를 떠나지 않소.

 

 

이 영웅은 당장에라도 거둬질 죽음 앞에서도- 앞으로 몇 분, 몇 시간이나 더 살 수 있을까 생각하면서 그때까지 즐겨야지... 평생 한 번뿐인 경험이니까... 대뇌면서 신하와 열이 넘은 자식을 앞에 두고

-인간은 배가 부르면 영혼이 굶주리는 법, 그 영혼을 기르는 양식은 학문뿐이다- 며 게으름을 피우지 말라는 등,

인간에게 자기 것은 하나도 없다, 몸도 생명도 물, 빛, 공기처럼 흩어짐이며 억만금 재물이고 부모님 배를 빌려 써왔던 내 목숨, 내 아들 내 자손까지 무엇 하나 내 소유는 없다고, - 무소유의 엄연한 텅 빈 공간으로 비울 것은 비우고 애오라지 챙기고 싶었던 태평과 평화 씨를 뿌리고 마지막 숨을 거뒀던 이에야스의 死를 찬미하였소,

 

어설프게나마 이런 삶과 死로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며 산을 찾고 혼자이기를 고집했던 6년의 세월은 또 한해를 마감하는 길로 미끄러지는 것이오. 균형도 없이 기우뚱기우뚱 걸음 하는 오순이 가족도 거죽 한 장 없이 맹장군 얼음장을 녹이면서 살아가고 있지 않소. 이리저리 비틀거리면서라도 살아볼 일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