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다음 bomessal
바닥이 난다 / 박시하
비둘기 날개 한 쌍이 바닥에 깔려 있어
몸은 잃고 상징만 남았네
썩지도 않고 누가 훔쳐가지도 않을 평화가
바닥을 치고 있어
하늘을 날던 몸짓은 타이어에 으깨져서 더욱 가벼워
뒷골목 찌꺼기 먼지 속에서 자라난 깃털
바닥에 자꾸 새겨지고 있어
스릴이 없다면 한순간도 살 수 없지
날아 본 적 없는 아스팔트 위로
날개의 기억이 촘촘히 스캔되고 있어
구구구, 울면서
저렇게 너덜너덜한 비상의 무늬가
혹시 나에게도 있을까?
추락하던 내 날갯죽지가 문득 간지러워
구구구,
내일이 돋아나고 있는 걸까?
날개들은 언제든지 추락할 수 있어서
비상할 수도 있는 거, 맞지?
바닥을 치면 이제 올라갈 일만 남은 거잖아
근데, 저 선명한 날갯짓은
얼마나 더 오래 추락하고 있어야 하는 걸까?
낮은 곳으로 깔리는 땅거미 구름
구름을 끌고 내려온 그림자
그림자 한구석에 박혔던 돌멩이들과 함께
구구구,
바닥이 떠오르고 있어
-09 작가세계 신인상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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