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
-------------------오규원
저기 저 담벽, 저기 저 라일락, 저기 저 별, 그리고 저기 저 우리집 개의
똥 하나, 그래 모두 이리 와 내 언어 속에 시라. 담벽은 내 언어의 담벽이
되고, 라일락은 내 언어의 꽃이 되고, 별은 반짝이고, 개똥은 내 언어의 뜰
에서 굴러라. 내가 내 언어에게 자유를 주었으니 너희들도 자유롭게 서고,
앉고, 반짝이고, 굴러라. 그래 봄이다.
봄은 자유다. 자 봐라. 꽃피고 싶은 놈 꽃피고, 잎 달고 싶은 놈 잎 달고,
반짝이고 싶은 놈은 반짝이고, 아지랑이고 싶은 놈은 아지랑이가 되었다.
봄이 자유가 아니라면 꽃피는 지옥이라고 하자. 그래 봄은 지옥이다. 이름
이 지옥이라고 해서 필 꽃이 안 피고, 반짝일 게 안 반짝이던가. 내 말이
옳으면 자, 자유다 마음대로 뛰어라.
오규원 시인
*1941년 12월 29일~ 2007년 2월 2일
*출신지-경상남도 밀양
*학력 - 동아대학교
*데뷔 -1965년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
*경력 -1982년~2002년 서울예대 문예창작과 교수
*수상 - 2003년 제35회 대한민국 문화예술상 문학부문
1982년 현대문학상 수상 외
'詩가 있는 하루'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의자/이정록 (0) | 2009.03.27 |
---|---|
선운사 동구/서정주 (0) | 2009.03.25 |
아내의 젖을 보다 /이승하 (0) | 2009.03.12 |
2009년 상반기 시인세계 당선작/노지연 (0) | 2009.02.25 |
스미다/위선환 (0) | 2009.02.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