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하루

아내의 젖을 보다 /이승하

길가다/언젠가는 2009. 3. 12. 14:51

 



출처-다음 예산농고52회


        아내의 젖을 보다 

            .......이승하



       나이 쉰이 되어 볼품없이 된
       아내의 두 젖가슴이
       아버지 어머니 나란히 모신 무덤 같다
       유방암이란다
  
       두 아이 모유로 키웠고
       내가 아기인 양 빨기도 했던
       아내의 젖가슴을 이제
       메스로 도려내야 한다
       나이 쉰이 다 되어 그대
       관계를 도려내고
       기억을 도려내고
       그 숱한 인연을 다 도려내고 있듯이

       암이 찾아왔으니 암담하다
       젖가슴 없이 살아야 할 세월의 길이를
       생명자가 있어 잴 수가 있나
       거듭되는 항암 치료로 입덧할 때처럼
       토하고 또 토하는 아내여
       그대 몇십 년 동안 내 앞에서
       무덤 보이며 살아왔구나
       두 자식에게 무덤 물리며 살아왔구나

       항암 치료로 대머리가 되니
       저 머리야말로 둥그런 무덤 같다  
       벌초할 필요가 없다
       조부 무덤 앞 비석이
       발기된 내 성기 닮았다  

 

   

이승하

출생 -1960년 4월 18일

출신지 - 경상북도 김천

직업- 대학교수,시인

학력 - 중앙대학교

데뷔 -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화가 뭉크와 함께'

경력- 쌍용양회 인사부 대리
중앙대 예술대 문예창작학과 학과장

대표작 -한국 현대시 비판, 사랑의 탐구, 뼈아픈 별을 찾아서, 이승하 교수의 시 쓰기 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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