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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젖을 보다
.......이승하
아내의 두 젖가슴이
아버지 어머니 나란히 모신 무덤 같다
유방암이란다
두 아이 모유로 키웠고
내가 아기인 양 빨기도 했던
아내의 젖가슴을 이제
메스로 도려내야 한다
나이 쉰이 다 되어 그대
관계를 도려내고
기억을 도려내고
그 숱한 인연을 다 도려내고 있듯이
암이 찾아왔으니 암담하다
젖가슴 없이 살아야 할 세월의 길이를
생명자가 있어 잴 수가 있나
거듭되는 항암 치료로 입덧할 때처럼
토하고 또 토하는 아내여
그대 몇십 년 동안 내 앞에서
무덤 보이며 살아왔구나
두 자식에게 무덤 물리며 살아왔구나
항암 치료로 대머리가 되니
저 머리야말로 둥그런 무덤 같다
벌초할 필요가 없다
조부 무덤 앞 비석이
발기된 내 성기 닮았다

이승하
출생 -1960년 4월 18일
출신지 - 경상북도 김천
직업- 대학교수,시인
학력 - 중앙대학교
데뷔 -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화가 뭉크와 함께'
경력- 쌍용양회 인사부 대리
중앙대 예술대 문예창작학과 학과장
대표작 -한국 현대시 비판, 사랑의 탐구, 뼈아픈 별을 찾아서, 이승하 교수의 시 쓰기 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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