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山野風산들바람
허공 모텔 / 강영은
꽁무니에 바늘귀를 단 가시거미 한 마리,
감나무와 목련나무 사이 모텔 한 채 짓고 있다
실 비단 그물침대 걸어놓은 저, 모텔에
세 들고 싶다
장수하늘소 같은 사내 하나 끌어들여
꿈 속 집같이 흔들리는 그물 침대 위
내 깊은 잠 풀어놓고 싶다
매일매일 줄타기하는 가시거미처럼
그 사내 걸어 온 길 칭칭 동여맨다면
나, 밤마다 그 길 들락거릴 수 있으리
그 사내, 쓰고 온 모자 벗어버리고
신고 온 신발도 벗어던져
돌아갈 길 아주 잃어버린다면
사내 닮은 어여쁜 죽음 하나 낳을 수 있으리
그 죽음 자랄 때까지
빵처럼 그 죽음 뜯어먹으며
하늘 끝까지 날아오르는 날개 옷 한 벌
자을 수 있으리
저, 허공 모텔에 들 수 있다면,
제주 출생, 제주교육대학 졸업
2000년 계간 [미네르바] 로 등단
"미네르바 문학회 회장" 역임,
현재 "좋은시 공연 문학회 회원" "진단시" 동인
"한국시인 협회" 회원으로 활동중
시집 <스스로 우는 꽃잎>, <나는 구름에 걸려 넘어진 적이 있다>(2004년시선사)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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