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하루

나는 조루증을 앓는다 / 김경선

길가다/언젠가는 2008. 10. 16. 01:29

 

나는 조루증을 앓는다 / 김경선

 

 

발기된 10cm

난 그녀를 느낀다

지그시 눈을 감고,


날 음미하세요

당신의 그 절정에 내 목숨을 드릴 게요

오직 내게 몰입하는 그 시간

당신을 위해 빨간 장미꽃을 피울 게요

당신의 혈관을 타고 내 뿌리가 뻗어나가죠

치사량의 사랑을 조금씩 주입하세요

나는 당신을 태워 꽃을 피우죠


변기에 앉아 그녀와 나누는

중독된 통정은 은밀히 진행 중이다

질근질근 내 목덜미를 깨무는 오럴섹스

키스자국이 위험하다

반복되는 손놀림에 뚝뚝 꽃잎이 진다

 

No smoking!

증거를 남기지 마세요


절정은 일방적이다

더는 버틸 수 없는

그녀와 벌인 짜릿한

3분


밀회는 언제나 연기로 사라진다

레버를 돌려 흔적을 지우고

창문을 열어 제친다


핸드백에서 다시 장미 한 개비를 꺼내 무는 그녀

일회용 사랑이 성에 차지 않는다

나는 조루증이다


 <시작> 2008 가을호 
 

       

 김경선 시인 /인천 옹진군 출생 , 2005년 <시인정신>으로 등단 , <젊은 시인들> 동인 

 

*출처-내 영혼의 깊은 곳, 작성자-마경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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