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풀
박정원
뿌리는 하나 줄기는 일곱
강아지풀 일가를 뿌리째 뽑아 허공으로 올리니
찬바람이 휙, 강아지풀 있던 자리를 훑는다
한번 실패하고 다시는 재기할 수 없었던 아버지처럼
강아지들을 독립시키지 못하고 말라죽어갈 강아지풀
외톨이 된 강아지들의 허공 한줌 잡으려는 아우성이
이승의 끈을 놓기 직전의 아버지 눈빛 같다
아버지는 왜
단번에 뽑힐 수 있는 것이 뿌리였다고
알려주지 않았을까
뿔뿔이 흩어진 자식들이 도처에 뿌리를 틀면
한순간에 뿌리째 뽑힐 수 있는 게 세상살이라고
왜 진작 말씀해주지 않으셨을까
살아있다는 무게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 강아지들
길쭉이 목을 뽑고 나를 내려다보는 강아지들
바람만 약간 스쳐도 돌돌돌, 방향감각을 잃는 강아지들
그들을 보고 한참 동안 일어설 수가 없다
- 시집 <고드름> 2007.시평사
[출처-함께하는 시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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