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하루

강아지 풀/박정원

길가다/언젠가는 2007. 9. 14.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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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

 

                         박정원

 

 

뿌리는 하나 줄기는 일곱

강아지풀 일가를 뿌리째 뽑아 허공으로 올리니

찬바람이 휙, 강아지풀 있던 자리를 훑는다

 

한번 실패하고 다시는 재기할 수 없었던 아버지처럼

강아지들을 독립시키지 못하고 말라죽어갈 강아지풀

외톨이 된 강아지들의 허공 한줌 잡으려는 아우성이

이승의 끈을 놓기 직전의 아버지 눈빛 같다

 

아버지는 왜

단번에 뽑힐 수 있는 것이 뿌리였다고

알려주지 않았을까

뿔뿔이 흩어진 자식들이 도처에 뿌리를 틀면

한순간에 뿌리째 뽑힐 수 있는 게 세상살이라고

왜 진작 말씀해주지 않으셨을까

 

살아있다는 무게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 강아지들

길쭉이 목을 뽑고 나를 내려다보는 강아지들

바람만 약간 스쳐도 돌돌돌, 방향감각을 잃는 강아지들

그들을 보고 한참 동안 일어설 수가 없다

 

- 시집 <고드름> 2007.시평사

  

   [출처-함께하는 시인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