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기房(문학외일반)

[스크랩] 해연이 날아온다/ 이기형

길가다/언젠가는 2007. 3. 10. 21:30

 

  해연이 날아온다

    red00_next.gif저자 : 이기형
    red00_next.gif판형 : 시집판형
    red00_next.gif출간일 : 2007-01-20
    red00_next.gif페이지 : 144쪽
    red00_next.gifISBN : 978-89-392-0570-3
    red00_next.gif가격 : 값 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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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7년생. 올해로 꼭 만 90세. 구순의 당당한 현역 시인. 1982년 66세에 시집 『망향』으로 등단한 이래 줄기찬 시작 활동을 펼쳐온 이기형 시인의 신작 시집 『해연(海燕)이 날아온다』가 실천문학사에서 출간되었다. 『봄은 왜 오지 않는가』 이후 4년 만에 펴내는 아홉번째 시집이다.
이기형 시인의 시는 “시깨나 쓴다는 사람들의 흉내나 투가 담기지 않은 진솔한 메시지로써 ‘내 시는 시가 아니어도 좋다’는 솔직함이 사람을 끌어당긴다. 이리저리 둘러대는 꽈배기 식 외화내허(外華內虛)한 글이나 시적 기교로써 예술성을 과시하는 골 빈 글과는 그 행태가 사뭇 다르다.”(문병란 시인, 발문) 그의 시는 상투적인 관념에서 표출된 것이 아니라 험난한 현대사를 온몸으로 건너온 체험에서 우러나온 것이어서 더욱 뜨거운 공감과 감동을 자아낸다.


노시인의 시혼은 거침없고 끝없다. 오늘 이분의 문학 없이 어찌 통일문학, 민족문학을 말할까? 뜨거운 감개로 민족모순을 설파하고 통일을 염원하는 노시인의 음역은 유약한 오늘의 시단을 압도하며 제국주의의 중심부로 힘차게 메아리쳐 간다. ㅡ 김명수(시인)

불꽃같은 시혼으로 쓴 통일 염원시

이기형 시인의 거의 모든 시는 역사의식과 민족의식을 바탕으로 하여 통일을 기원하는 것을 주제로 삼는다. {식민에 짓밟히고/분단에 찢기고/어둡고 험한 가시밭길/모진 세월 죽지 않고 용케도 헤쳐왔}(「천지개벽을 부르는 노래」)던 시인은 통일에 대한 간절한 염원과 분단 현실에 대한 준열한 비판을 통곡의 목소리로 쏟아내며 {이별보다 슬픈} 분단의 상처와 아픔을 노래한다.

두류산 깊은 골/저 물이 핏물인 줄은/미처 몰랐습니다/상수리 잎의 흔들림이/못다 한 넋의 한풀이 춤인 줄은/더욱 몰랐습니다/뒷산 두견새 울음은/무슨 사연일까요/그날 고랑포를 건너/가신 임은/백발에도 돌아오질 않아/이별보다 슬픈 분단/그날 이별 아리랑은 열두 굽이였건만/오늘 분단 아리랑은 천 굽이런가/발 굴러 웁니다//청사초롱에 불 밝혀라/임 맞으러 가자/흐응~흥~흥~ (「분단 아리랑」 전문)

이기형 시인은 문단의 동향에 귀를 기울이거나 새로운 실험을 흉내내지 않는다. 당면한 현실에 대하여 시의 형식을 빌려 하고 싶은 이야기를 메시지로 담고 있다. [함축]이니 [메타포]니 하는 최소한의 시적 장치에 대해서도 별로 배려하지 않는다. 그 대신 [시는 대중적 감동이다]라는 주장에 걸맞게, 역사와 현실에 대한 공감대 형성에 주력한다.
한과 눈물로 살 거냐/긴긴 세월을 허탕치고도 못 말려/달구벌 멋은 잦아들고/만경벌 흥은 사위어가고/퍼지는 영어 열풍 어디로 가나/불야성 저 광란하는 나체춤의 의미는 뭐냐/나운규는 아리랑고개를 울고 넘었건만/분단고개를 울고 넘는 사람은 없다/국록 먹는 어른들은 말잔치로 밤을 지새우고/청바지들은 할아버지가 울고 넘은 박달재를/촐랑대며 넘는다/가쓰라·태프트와 을사오적의 후예들은/맥아더 동상을 사수하며 분단선에 쇠말뚝을 박는다/망국의 치욕 을사늑약 백 년에도 정신을 못 차려/고구려 넋은 어디로 갔나/백두산 신단수 큰할아버님이 내려다보신다/선열들의 피맺힌 목소리가 들린다/슬픈 사연 하도 많아 누선도 말랐느니/피 마르는 지겨움 가슴이 빠개진다/임 따라 어라연엘 가랴/임 맞으러 삼지연엘 가랴/지는 해야 빨리 져다오/솟는 해야 퍼뜩 솟아주렴/폭풍우 천 길 만파를 뚫고/바다제비 날아온다 (「해연이 날아온다」 전문)

무슨 해설이 더 필요하겠는가. 진술 조로 읊조린 노익장의 꾸지람은 마디마디 일리가 있다. {꼭뒤에서 발끝까지 나라살림 구석구석/일괄 병들다 썩}어버린 {잘못된 반쪽 시대}(「혼풍아 불어다오」)의 타락은 통탄하고도 남을 일. 그것을 꾸짖는 노시인의 대갈일성. {외세와 악법에 매달린/배족의 중환자}(「큰 시를 쓰는 백두산」)들에게 휘둘리고, {고름바다에서 희희낙락}하며 {헛말의 향연, 이전투구로/한 해를 지새}우는 정치판과 {정작 보도할 것, 비판할 것엔/입을 다물고/목표를 잃은 채/헛소리로 싸움만 부추}기는 언론(「무통증 중환자」)이 판치는 세상을 개탄하며 {60년을 남의 정신으로 헛살았으니/이젠 제정신을 차려야지}(「2006년 서시」) 죽비를 내리친다.




삼천리 통일공화국을 꿈꾸는 백발 청춘

남북을 하나의 조국으로 아우르는 노시인의 통일 염원은 이 시대의 가장 귀한 시적 오브제임을 부정할 수 없다. {백발이 된 피세월 눈시울이 뜨겁}지만 {분단이 풀리지 않는 한/늙지도 죽지도 않겠다/통일시만 쓴다}(「조국 시 사랑」)고 선언하듯, 식민시대에 태어나 고통의 분단시대를 살아온 노시인의 통일에 대한 열망은 자못 비장스럽기까지 하다.

세상은 나를 별 볼일 없는 시인으로/마침표를 찍었을지 모르지만/천만의 말씀,/나는 이제부터 시작이다/통일과 무관한 시를/나는 시라고 인정하지 않는다/(중략)/분단이 종언을 고할 때까지/나는 나이에 관계없이 죽지 않고/시필(詩筆)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여든네 살의 선언」 부분)

시도 독자도 사라진 불행한 시대에 구십 노구의 시인이 시를 붙잡고 놓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민족통일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버릴 수 없기 때문이다. 오늘의 우리 젊은 시인들에게 {그 알량한 포스트모더니즘적 시를 쓰지 말고 만해의 「님의 침묵」, 소월의 「초혼」, 이상화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임화의 「현해탄」 등에서 그 시정신을 잘 터득하여 자주통일 지향적 리얼리즘시를 쓰라고 권고}(시인의 말)하는 노시인의 충언은 깊이 새겨들을 만하다.

1917년 함경남도 함주에서 태어났다. 함흥고보를 졸업하고 도쿄 일본대학 예술부 창작과에서 2년간 수학하였다. 1947년 정신적 지도자로 모셔온 몽양 여운형 선생 서거 이후 33년간 일체의 공적인 사회 생활을 중단하고 칩거 생활을 하다가, 1980년 시인 신경림, 문학평론가 백낙청, 시인 이시영 등을 만나 분단 조국하에서는 시를 쓰지 않겠다던 생각을 바꿔 시작 활동을 결심하였다. 1980년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재야 민주화 통일운동에 참여하였으며, 1989년 시집 『지리산』 필화사건으로 발행인은 구속되고, 자신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되어 대법원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확정 판결을 받았다. 시집으로 『망향』, 『설제』, 『지리산』, 『꽃섬』, 『삼천리통일공화국』, 『별꿈』, 『산하단심』, 『봄은 왜 오지 않는가』 등이 있고, 전기 『몽양 여운형』, 『도산 안창호』, 기행서 『시인의 고향』, 통일명시 100선 감상 『그날의 아름다운 만남』 등을 펴냈다.

 

 아흔살 시인의 ‘망향의 노래’ ―― 최재봉 기자, 한겨레(2007. 01. 31.)
 어머니도 자식도 못 만났다 … `60년 생이별` 통곡 ―― 손민호 기자, 중앙일보(2007. 01. 27.)
 구순 원로시인 이기형의 신작 시집 ―― 이준삼 기자, 연합뉴스(2007. 01. 26.)

 

*실천문학 홈페이지에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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