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토콘드리아에 사무치다 / 고형렬
가마득한 봄날 새학기 교과서에서 배운 미토콘드리아의 꿈이
땅거미 속에 찢어진 날개를 치고 있다
뜻밖에 어딘가로부터 그들이 찾아왔다는 사실
아무도 없는 집 마루 안, 마당을 등진 거울에
다친 얼굴을 집어넣고 싶었던 날들, 그 오랜 뒷날의 구서울
나는 그대들을 본적이 없다 저녁처럼 풀처럼 살아가고 있어
꽃과 잎이 같이 피는 애오개 목마름쯤,
문 닫은 도서관 얼룩진, 건너편 붉은 보도블록 근처
먼지만한 미토콘드리아의 신기루 조각들이 날아다니고 있다
봄밤, 들어오는 차 돌아가는 차 모든 지붕에
죽은 자들이 걸어가는 저 슬픈 시간 속, 미토콘드리아들이여
전조등은 밝고 미등은 슬프지? 아니 슬프지 않다
아주 잊혀진 교과서 속 숨결의 미토콘드리아들
망사 그림자, 침묵의 호명 그 망막에 걸려 찢어지며 통과한다
.....................문예중앙 2005년 가을호 발표작
고형렬 시인 약력
*1945년 강원 속초 출생
*79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 <대청봉 수수밭>(85년), <성에꽃 눈부처>(98년), <김포 운호가든집에서>
(2001년), <밤 미시령> (2006년) 등 다수
*지훈상(2003년), 일연문학상(2006년)
*2006년 미당 문학상 후보작 ‘미토콘드리아에 사무치다’ 외 15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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