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하루

팽이/김도혜

길가다/언젠가는 2006. 6. 29. 15:00

팽이

-------------------김 도 혜


제 몸 한 중앙에 못 하나 박고

빙글빙글 돌아간다

미끄러지듯 피하다 채칙에 맞고

다시 또 돌아간다

마른 흙도 아닌 얼음 위에서

돌고 또 돈다

얼마나 많은 업을 지었기에

채칙으로 맞아야 돌아가는지

중심을 선 외발로 그림자도 없이

저 혼자 돌고 돈다

채칙에 큰 눈 불알이고

논 갈아엎던 황소의 꼬리가

휘청 겨울 햇살에 빛난다

팽팽 돌던 팽이가 중심을 잃고

저만치 굴러 떨어진다

저만치..

거친 손아귀로 다시 잡아 

그리고 힘껏 내리친다

세상이 지금 보여준 것 만큼만

하늘 하늘 보였음 좋겠어 라고

누군가 나즈막히 이야기한다

돌다 돌다 보면 몸 안에 박혀있는

이놈의 끈질긴 날개 없는 업이

날개를 달고 어느 날 사라질까


맞아야 돌아가는

빙글 빙글 돌아야 살맛이 나는 팽이는

머리에 소용돌이치는 벌판을 이고 달려간다

발가락은 심장은 얼어붙어

숨조차 쉴수 없지만

내안에 못을 빼기 전

머리는 늘 하늘을 향하고

다리는 늘 얼음위에 있어

멈출 수 없는 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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