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이
-------------------김 도 혜
제 몸 한 중앙에 못 하나 박고
빙글빙글 돌아간다
미끄러지듯 피하다 채칙에 맞고
다시 또 돌아간다
마른 흙도 아닌 얼음 위에서
돌고 또 돈다
얼마나 많은 업을 지었기에
채칙으로 맞아야 돌아가는지
중심을 선 외발로 그림자도 없이
저 혼자 돌고 돈다
채칙에 큰 눈 불알이고
논 갈아엎던 황소의 꼬리가
휘청 겨울 햇살에 빛난다
팽팽 돌던 팽이가 중심을 잃고
저만치 굴러 떨어진다
저만치..
거친 손아귀로 다시 잡아
그리고 힘껏 내리친다
세상이 지금 보여준 것 만큼만
하늘 하늘 보였음 좋겠어 라고
누군가 나즈막히 이야기한다
돌다 돌다 보면 몸 안에 박혀있는
이놈의 끈질긴 날개 없는 업이
날개를 달고 어느 날 사라질까
맞아야 돌아가는
빙글 빙글 돌아야 살맛이 나는 팽이는
머리에 소용돌이치는 벌판을 이고 달려간다
발가락은 심장은 얼어붙어
숨조차 쉴수 없지만
내안에 못을 빼기 전
머리는 늘 하늘을 향하고
다리는 늘 얼음위에 있어
멈출 수 없는 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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