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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협회장 오세영 서울대 교수 선출

길가다/언젠가는 2006. 3. 30.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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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협회장 오세영 서울대 교수
최근 제35대 한국시인협회장에 선출된 뒤 29일 첫 기자간담회를 가진 오세영 서울대 국문학과 교수./정천기/문화/ 2006.3.29 (서울=연합뉴스)

"국토ㆍ자연ㆍ인간 사랑의 시운동 펼치겠다"

(서울=연합뉴스) 정천기 기자 = "국토사랑을 실천하기 위해 개천절에 태백산 정상에서 해돋이를 하며 새벽 시낭송회를 열겠습니다."

최근 제35대 한국시인협회장에 선출된 오세영(64) 서울대 국문학과 교수는 29일 프레스센터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태백산을 비롯해 광릉 수목원이나 우포늪, 분단의 현장이나 시대의 고통이 얽혀있는 장소에서 국토ㆍ자연ㆍ인간사랑을 실천할 수 있는 시운동을 펼치겠다"고 포부를 말했다.

그는 "재작년 체코 프라하에 6개월간 머물 때 작곡가 스메타나와 드보르자크 등이 작품을 통해 깊은 국토사랑을 드러낸 것에 새삼 감동받았다"면서 "우리 시단에는 국토사랑을 진정으로 드러낸 작품이 드물다"고 말했다.

"해방 이후 비정상적인 사회체제가 지속되면서 국가나 국토에 대한 자부심이 적어졌다고 봅니다. 반독재투쟁 등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반면 국토사랑은 등한시했다고 할 수 있죠. 국토사랑을 표현한 시는 행사용 작품이거나 맹목적 찬양시, 어용시라는 느낌을 주었으니까요. 이제 안정의 시대로 접어든 만큼 예술시로서 본질을 지키며 국토사랑을 제대로 드러낸 작품을 써야 할 때가 됐습니다."
시인협회는 자유당 정권의 문학 어용화에 저항하고 문학의 자립성과 순수성을 지키기 위해 유치환 조지훈 신석초 등이 1957년 결성한 단체. 현재 1천여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으며 내년에 창립 50주년을 맞는다.

오 회장은 "내년 창립 50주년을 맞아 '시의 날'인 11월1일 다양한 기념행사를 준비하겠다"면서 "정보통신부와 협의해 '시엽서 보내기 운동'을 추진하고, 지방 시인을 중심으로 애향시 창작을 권장하는 '우리 마을 시운동', 전국 시낭송 대회 등을 개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임 김종해 회장이 공약했던 시비(詩碑)공원 조성사업도 계속 추진할 계획이다. 다만 예산확보 등 어려움을 감안해 시비공원은 장기적 과제로 추진하고 '시가 있는 명상의 숲' 등을 조성하는 방안을 임기중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독일 하이델베르크에 있는 '철학의 길'처럼 시적 분위기 속에서 사색하고 명상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오 회장은 "후기자본주의 사회의 모습은 '들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너무 물질적이고 자극적이어서 조용하게 자기를 돌아볼 수 있는 분위기를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시가 있는 명상의 숲'은 우리 사회에 성찰과 관조의 분위기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추진배경을 설명했다.

1968년 박목월의 추천으로 '현대문학'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한 오 회장은 자신의 시세계에 대해 "고향이나 전통의식 등 동양의 철학과 사상을 감각적이고 역설적인 모더니스트의 문체로 담아내되 서정적 미학을 추구한다"면서 "동양사상과 모더니즘을 결합하는 것이 어렵지만 시대적 조류에 휩쓸리지 않고 나름대로 독자적인 길을 걸으며 시를 써왔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 시들이 어렵게 느껴지는 것은 매체의 관심을 끌려고 색다른 시를 쓰려는 시인들이나 자아해체를 다루는 포스트모더니즘의 경향, 디지털 영상문화의 확산으로 글을 읽고 깊게 생각하려는 문화적 관습이 깨진 것, 순수문학에 대한 매체들의 외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2년 임기중 펼칠 다양한 시 독자 확산 운동은 시를 어렵게 받아들이는 사회분위기를 바꿔보려는 시도"라고 덧붙였다.

그는 "5년전 한국시학회 회장을 맡아본 것 외에는 35년간 대학교수로 근무하면서도 보직을 맡은 적이 없다"면서 "정부 지원을 받지 않는 순수 문학단체인 시인협회의 여러 사업을 추진하려면 내부 행사는 박주택(시인ㆍ경희대 교수) 사무총장에게 맡기고 협찬금을 얻어내기 위해 열심히 뛰어다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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