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여, 터져라 …
칠순 다 돼 생살 돋는 삶 |
등록자명 : 인터넷문학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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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자 : 2006-03-07
09:12:16 |
황동규 새 시집 '꽃의 고요' 어이쿠, 벌써 13번째 시집이다. 나이는 칠순을 바라보고,
따져보니 시인으로서도 48년째 삶이다. 3~4년에 한 권씩 적금 붓듯 시집을 생산했으니 그럴 수밖에. 늘 거기 그 자리에 서있는 줄로만 알
수밖에. 제 몸 늙는 것 모르는 것처럼, 시인 황동규도 그 때 거기서의 모습 그대로 있는 줄 알 수밖에.
황동규 시인의 신작시집
'꽃의 고요'(문학과지성사)를 읽은 소회는 각별하다. 연전 경기도 양평 황순원 문학제 때도 시인은 여일한 모습이었다. 문단에서 이 시대 영원한
시인이라고 일컫듯, 늘 그러한 모습인 줄로만 알았다. 한데 13번째 시집이란다.
'늙음은 가난과 같다./59세로 세상 뜰 때까지
줄곧/가난을 호소한 제임스 조이스가/마지막 7년 동안 거의 매일 저녁/파리의 이름난 레스토랑 푸케에서/포도주 가려 마시며 살았듯이/지금도 그
식당 안에 '조이스의 방'을 가지고 있듯이/그렇게 '가난하게'살 수야 없지 않은가!'-'마지막 가난'부분
이제야 알았다. 시인도
나이를 먹는다는 걸. 그 또한 늙는 건 가난해지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나이가 됐다는 걸. 이번 시집에서야 겨우 시인의 속내 한 자락을
읽었다. 그런가 했는데, 꼭 그런 것도 아니었다.
'시여 터져라./생살 계속 돋는 이 삶의 맛을 이제/제대로 담고 가기가 너무
벅차다./반쯤 따라가다 왜 여기 왔지, 잊어버린/뱃속까지 환하게 꽃핀 쥐똥나무 울타리,/서로 더듬다 한 식경 뒤 따로따로 허공을 더듬는/두
사람의 긴 긴 여름 저녁,/어두운 가을바람 속에 눈물 흔적처럼 오래 지워지지 않는/적막한 새소리,/별 생각 없이 집을 나설 때 기다렸다는 듯
날려와/귀싸대기 때리는 싸락눈을,/시여!'-'시여 터져라'
아직도 시를 향해 터지라고 외친다. 쥐똥나무 울타리 보며 적막한 새소리
들으며 싸락눈 맞으며 여전히'시여 터져라' 외친다. 식을 줄 모르는 이 뜨거움은 어디서 나오는지. 지난 주말 몇몇 지인과 남도에 꽃놀이
가셨다는데, 그 팔팔한 열정 어데 내려놓을는지.
손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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