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문학상 상금 500만원
5년간 壽衣 만들며 생활
가난에 쪼들려 피 팔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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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용(60) 시인이 아내와 함께 수의를 만들면서 지난 7년 동안 쓴 시집 ‘환상통’으로 올해 제7회 천상병 문학상을 받았다. 김 시인은 “문학상이란 것을 처음 받아본다”며 쑥스러워했다.
60년대 초 부산에서 무작정 상경해 부랑 노동자, 매혈꾼, 지게꾼으로 살았던 시인은 궁핍한 생의 궤적을 이어가면서 꾸준히 글을 써 왔지만, 빈곤은 늘 그의 발목을 잡았다. 그러나 그는 가난의 고통을 달래며 풍요롭지 못한 생활의 고통을 회화적 상상력으로 객관화해서 보여주는 시들을 발표해 왔다.
가난했던 일생을 보낸 천상병 시인의 이름을 딴 문학상을 받은 시집 ‘환상통’에서도 그는 “지게꾼이었던 내 숙명을 숨기지 않고 거기에 나타나는 내면과 사회의 풍경을 시로 썼다”고 밝혔다.
지난 1988년 계간 ‘현대시사상’을 통해 등단해 시집 ‘버려진 사람들’, ‘개 같은 날들의 기록’, 자전 소설 ‘고백’ 등을 통해 하층 인생의 풍경을 그렸던 그는 한동안 문단에서 사라지기도 했다.
“IMF 사태가 터지고 난 뒤 완도에서 가까운 신지도라는 섬에서 한 2년 살다가, 서울로 돌아와 5년 동안 아내와 함께 수의를 지으면서 먹고 살았다. 수의는 절대 나일론을 쓰면 안 되기 때문에 중국에서 수입한 베로 작업했다. 손이 많이 가는 일이기 때문에 하루에 4벌 이상 만들기 어렵다. 한 벌에 2만원씩 받아 근근이 입에 풀칠하면서 시를 썼지만, 쉽게 책으로 묶지 못했다.”
시인은 요즘 수의 만드는 일을 그만뒀다. 충북 충주시에서 40분 더 들어가야 하는 시골 마을 도장골에 들어가 텃밭을 일궈 먹을거리를 해결하면서 한 달 생활비 30만원으로 버티며 글만 쓰고 있다. 그는 “뒷산에 개복숭아 나무가 많아서 도장골이라고 불리는 우리 동네는 사람 사는 집보다 빈 집이 더 많은 곳”이라며 “다람쥐와 뱀이 마당에 돌아다니고, 옥수수를 심었더니 고라니가 와서 다 먹고 가는 곳에서 세상과 절연한 채 살고 있다”고 말했다.
시집 ‘환상통’에서 시인은 고단한 생활과 노동 속에서 길어 올린 자아 성찰의 시편들을 통해 원숙한 경지를 보여준다.
“한때,/ 지게는, 내 등에 접골된 뼈였다/ 목질의 단단한 이질감으로, 내 몸의 일부가 된/ 등뼈”(시 ‘환상통’ 부분)라고 쓴 시인은 새가 앉았다가 날아가는 순간 가늘게 떠는 나뭇가지를 보면서, 한때 지게를 맸던 전신을 휘감아 도는 생의 비애를 잔잔한 음성으로 노래했다. 천상병 문학상 상금은 지난해까지 200만원이었다가 경기문화재단 후원 덕분에 올해부터 500만원으로 올랐다. 7일 상을 받은 시인은 “내년 한 해 동안 생활비 걱정 없이 글만 쓰라고 주는 것 같다”며 씩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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