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다음/lgial님의포토/물푸레나무[도리께나무]
나는 지금 물푸레섬으로 간다
----------------------------이영식
물푸레, 그래 물푸레섬-
이름만 굴려 봐도 입가에 푸른 물이 고이는 섬이렷다
연안부두 어쩌고 덕적도 어쩌고…
귀동냥으로 주워들은 대로 이 배 저 배 갈아타고 반나절, 쉼표처럼 떠 있는 섬 자락에
닿으면
초록물감 한 됫박씩 뒤집어쓴 물푸레나무들이 바람 탄 내 손 잡아주겠지
산보하듯 느리게 섬 한 바퀴 돌다보면 이름도 얻지 못한 몽돌 바닷가 어디쯤 한 여자가
살고 있을 거야
서랍 속 깊이 묻혀 혼자 낡아가는 첫사랑 편지 같은 여자
세상과는 담 쌓고 남정네와도 담 쌓고
그래, 섬처럼 홀로 닫고 살아왔으니 꼭 품어 안으면 물푸레 수액처럼 축축한 슬픔이
단숨에 내 가슴으로 번져오겠지
새들의 지도에나 올라있을 듯한 섬, 물푸레
그 먼 고도孤島에 가서 물푸레나무 달인 물로 시나 쓰며 며칠 뒹굴다가 물푸레 그늘
같은 여자에게 코가 꿰었으면 좋겠네
물푸레 코뚜레에 동그랗게 갇혀 오도 가도 못했으면 좋겠어
이 배 저 배 갈아타며 나돌아 다니지 않고
그 여자가 끄는 대로 이러구러 끌려 다니다 나도 물푸레나무로나 늙었으면 좋겠네
제 발치의 성긴 그늘이나 깁는 바보나무가 되었으면 좋겠어야,
[문학과 창작]2010년 가을호 /시산맥 겨울호에서 옮김
이영식 시인
경기도 이천 출생, 2000년 문학사상 신인상에 '공갈빵이 먹고 싶다'가 당선
시집 :<공갈빵이 먹고 싶다>, <희망온도> ,<천년의시작>
1980년대에 대중가요 작사가로 활동 KBS 가사대상 수상
남대문세무서 납세지원과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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