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서리
詩.유미란
나는 모서리가 싫다
사람이든 물건이든
창 끝을 보는 것 같아 정말 싫다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 이층 난간은 섬뜩했다
우리 아이들도 모서리에 깨지고 찢기며 자랐다
모서리를 보면 눈이 시려 고개 돌려버린다
마음이 모나서 모서리가 된 건 아니겠지
몸 속에 둥근 걸 품기 위한 모서리인가
그토록 모서리를 싫어하면서
나는 모서리를 떠나 살아본 적이 없다
모서리에서 잠을 자고
모서리에서 밥을 먹고
날카로운 모서리로 요리하며 모서리로
글을 쓴다
그럭저럭 모서리와 몸 섞여 살다보니
나도 모르게
닳고닳아 무디어지는 모서리
예리한 칼날 품고 눈매 매서웠던 그 아이
지금 어디서 달을 품고
둥글게 살아갈까
출처 : 詩.詩
글쓴이 : 나는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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