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1년 경기 화성 출생
1998년 현대시학에 「양수기」외 네 편을 발표하며 작품활동
2004년 제9회 현대시학작품상 수상
시집 『다국적 구름공장 안을 엿보다』
우족탕 한 그릇
우족탕 진국 위에
별보다 많은 발자국이 둥둥 떠 있네
빈 수레를 끌고
진흙 같은 밤하늘을 떠도는
발자국들.
어디쯤 갔나
파장 무렵
황소자리에 털썩 주저앉은
어스러기 수소 한 마리
깡마른 뒷발목이
꿈결인 듯
자꾸 헛발질을 해대네
그 먼길 한 그릇
단숨에 후루룩 떠먹으니
뜨거운 목젖 아래
함부로 밟힌 들꽃 향기 진동하네
밥그릇 경전
어쩌면 이렇게도
불경스런 생각들을 싹싹 핥아서
깨끗이 비워놨을까요
볕 좋은 절집 뜨락에
가부좌 튼 개밥그릇 하나
고요히 반짝입니다
단단하게 박힌
금강(金剛) 말뚝에 묶여 무심히
먼 산을 바라보다가 어슬렁 일어나
앞발로 굴리고 밟고
으르렁 그르렁 물어뜯다가
끌어안고 뒹굴다 찌그러진,
어느 경지에 이르면
저렇게 제 밥그릇을 마음대로
가지고 놀 수 있을까요
테두리에
잘근잘근 씹어 외운
이빨 경전이 시리게 촘촘히
박혀있는, 그 경전
꼼꼼히 읽어내려 가다보면
어느 대목에선가
할 일 없으면
가서 <밥그릇이나 씻어라>* 그러는
*조주선사와 어느 학인과의 선문답
출처, 푸른시의방
출처 : 휘수(徽隋)의 공간
글쓴이 : 휘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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