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기房(문학외일반)

[스크랩] 2007년 미당문학상 지상중계 5/눈사람/김행숙

길가다/언젠가는 2007. 8. 24. 13:13
 눈사람-김행숙


  왜 나는 눈이 오면 눈사람을 만들까?

  햇빛이 비치면

  왜 나는 가난한 집 아이로 태어났을까?


  눈사람은 좋겠다.


  시간이 펑펑 남아도네. 눈보라처럼 어지럽게 아이들은 자라고 눈사람은 점점점 작아진다. 눈사람이 작아졌다! 엄마가 죽었다. 내가 예뻐지기 시작했을 때 아버지가 죽었다. 눈사람에 대한 애정과 관심 때문에 나는 점점 이상해진다는 말을 들었다. 내가 어떻게 보이는지 자세히 좀 말해줄래? 요즘은 거울도 내 얼굴을 보여주지 않아. 나는 아직 남아있는데 마치 다 녹았다는 듯이.


  내 눈사람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마치 찬장에서 설탕이나 기름병이 사라졌다는 듯이

  사소하게

  나는 시장에 간다


                      <현대시 2007년 1월호>


약력

1970년 서울 출생 99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 사춘기(2003년). 이별의 능력(2007년).

2007년 미당문학상 후보작 ‘눈사람’ 외 18편

출처 : e 시인회의
글쓴이 : 미소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