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가고 싶다

톡! 톡! 톡! 밤이나 따러 가볼까

길가다/언젠가는 2006. 9. 27. 21:07
톡! 톡! 아이들 손잡고 밤따러 가볼까
`나즈막한 벌들의 속삭임/ 풀섶에서 들려오는 풀벌레 소리/ 오곡이 익어가는 소리/ 연인들의 웃음소리…`(명위식, `가을의 소리` 중)

가을만큼 풍요로운 소리로 가득한 계절이 또 있을까. 그 가운데 밤송이 떨어지는 소리를 들어보았는지. `툭!!!` 별안간 추락하는 소리에 가슴이 덜컥 하면서도 반갑기 그지없다.

충청남도 공주시 정안면은 밤으로 유명한 고장이다.

차령산맥 줄기에 위치해 밤이 자라기 적합한 토질과 기후조건을 갖추고 있다.

19일 오전, 서울에서 천안~논산간 고속도로를 타고 약 1시간40분을 달려 도착한 곳은 밤으로 유명한 금정농원.

해마다 9월부터 10월 중순까지 `밤따기 체험`이 열리는 이곳은 가을이 되면 가족단위, 단체 관광객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목장갑 하나만 달랑 끼고 `밤 어디서 따요?` 하고 묻는 기자에게 34년 동안 농원을 운영해 온 김재환 씨(58)는 "어디긴, 저기가 다 밤이지"하며 뒷산을 가리켰다.

6만평 무성산 자락에 빼곡한 7000~8000그루가 전부 밤나무다.

산은 밤산이고 들어가면 밤숲이다.

매년 밤따기 행사에 참여하는 인원은 약 2만명. 종종 `남들이 다 주워가고 내가 주울 밤이 없으면 어쩌나` 하고 문의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김 사장이 걱정을 말라며 장담할만하다.

농원을 찾은 사람들은 참가비 1만원을 내고 야트막한 뒷산으로 올라간다.

3㎏짜리 자루를 주는데 여기에 힘 닿는 대로 밤을 주워 담으면 된다.

별다른 장비는 필요없지만 날카로운 가시가 삐죽삐죽 달린 밤송이에 찔리거나 떨어지는 밤송이에 맞지 않으려면 면장갑 두 켤레, 챙이 있는 모자 정도는 준비하는 게 좋다.

산 입구에 들어서자 마자밤송이들이 지천으로 널려 있다.

연둣빛 밤송이, 갈색 밤송이에 밤알들도 수두룩하다.

한동안 비가 내리지 않아 밤송이도 안 벌어지고 걱정이 많았는데, 다행히 최근 태풍이 와서 잘 여문 밤송이들이 자연스레 떨어지게 됐다고 한다.

철마다 반복되는 기후현상이 이래서 필요한가보다.

나무마다 열린 야구공만한 저것들도 이제 곧 떨어져 입술을 벌릴 것이다.

푸른 밤나무 사이로 쏟아지는 햇빛에 밤들은 보석처럼 빛이 났다.

말간 갈색에 유난히 맨들맨들한 밤이 있어 "광이 나네, 광이나~" 하고 감탄을 하는데 그 밤이 바로 `옥광`이란다.

옥광밤은 우리나라에서 개발한 품종으로 밤 중에서도 맛이 가장 좋기로 유명하다.

쩌억 벌어진 밤송이 사이에 들어찬 밤알이 보기에도 탐스러웠다.

쪼그리고 앉아 손으로 밤을 꺼내려니 여간 힘들지 않다.

농원에서 일하시는 아주머니는 발로 스윽 밤송이를 밟으면 입구가 쉽게 벌어지고 밤을 꺼내기도 쉽다고 시범을 보였다.

밤송이 속에는 밤이 정확히 세 톨씩 들어있다.

추석 차례상에 빠지지 않고 밤을 올리는 것은 집안에 삼정승이 나오라는 의미란다.

가운데가 영의정, 오른쪽이 우의정, 왼쪽 밤이 좌의정이다.

밤송이를 밟고 삼정승을 동시에 쏘옥 꺼내 자루에 담는 재미가 쏠쏠하다.

엄마 아빠를 따라 점심 때쯤 밤을 따러 온 어린 아이는 "밤이 나무에서 나와?" 하며 신기한 듯 밤나무를 올려다 봤다.

김정숙 씨(36)는 "어렸을 때 밤을 참 많이도 따서 생으로 까먹곤 했다"며 "아이가 밤이 밭에서 나는지, 나무에서 나는지도 모르는 것 같아 직접 농장을 찾았다"고 말했다.

이렇게 주운 밤은 고스란히 가져갈 수 있는데, 농원에서는 시중보다 저렴한 값에 밤을 구입할 수도 있다.

옥광밤이나 제사상에 올리는 특대밤이 ㎏당 5000∼6000원. 조생종 밤인 단택과 추파, 자봉 등은 ㎏당 3000∼4000원이다.

김재환 사장은 "정안 밤은 단단하고 윤기가 나는데 쪄 먹으면 달고 고소한 맛이 일품"이라며 "25일 이후 농원을 찾으면 알이 더 큰 늦밤을 딸 수 있다"고 귀띔했다.

▶▶가는길

◆고속도로 이용시 =천안~논산간 고속도로 정안IC→23번 국도(공주 방향)→석송초교→금정농원 ◆국도 이용시 =천안에서 23번 국도(공주 방향)→석송초교→금정농원 공주시내에서 23번 국도(천안 방향)→석송초교→금정농원 ◆대중교통 이용시 =공주터미널 하차→시내버스 18번 석송초교 앞 하차→금정농원 ※금정농원 (041)858-6763

▶▶그외 밤줍기 체험장 홈페이지 www.알밤농원.kr

= 용인 서전농원(031-332-8037 cafe.daum.net/yonginbam) 천안 유성농장(041-553-3120 www.welcomefarm.co.kr) 영흥도 해오름빌리지(032-886-3381 www.sunrisevillage.co.kr) 가평 건영농원(031-582-4057 gpminbak.co.kr/geon) 양평 금호농원(031-772-5966 http://gumho.puruemi.com) 가평 화랑유원지(031-582-9169 www.campgp.co.kr)

[이소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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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9.22 15:38:02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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