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하루

자바자바 셔츠/오규원

길가다/언젠가는 2006. 6. 17. 21:45
자바자바 셔츠
-----------------------오규원

자아바, 자아바
쿵(발을 구른다)
고올라, 자바
짝짝(손뼉을 친다)
아무놈이나
쿵, 짝짝

자아바, 자아바
쿵(발을 구른다)
고올라, 자바
짝짝(손뼉을 친다)

여기는 남대문 시장 오후의
난장이다 티이를 파는 李씨는
리어카 위에 올라 肉鐸을 친다
하루의 햇빛은 쿵 할 때마다 흩어지고
짝짝 손뼉에 악마구니처럼 몰려오고
여자들은 제각기 두 발로 와서
李씨의 가랑이 밑에 허리를
구부린다 엘리제 카사미아 캐논 히포
아놀드 파마 새미나 마리안느를
두 손으로 잡는다 건방진 여자들은
한 손으로 제 얼굴까지 바싹 끌어당긴다

상가의 건물은 金剛의 영혼으로
여자들의 어깨를 짚고
여자들은 우뚝 선 李씨 무릎 아래 엎디어

자아바, 쿵
(잡는다)
고올라, 자바
짝짝
(골라 잡는다)
고올라, 고올라
(잽싸게 고른다)
자바자바
(끌어당긴다)

여기는 서울의 난장이다
李씨는 잡히는 대로 티이를
구석으로 팽개친다

자바자바
그놈
골라 자바
그놈

'詩가 있는 하루'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간판이 많은 길은 수상하다 외/오규원  (0) 2006.06.20
우리는 어디서나 外/오규원  (0) 2006.06.17
괄호론/서덕민  (0) 2006.06.17
도종환 시 모음  (0) 2006.06.04
담쟁이/도종환  (0) 2006.0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