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다음카페<아름다운중년사랑방-사랑나무>
무드셀라증후군*
유성애
축축한 비밀 하나가 일기장 속으로 숨어든 뒤
내 입은 점점 무거워진다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은 초경이
캄캄한 입술이 자꾸만 달싹거려도
나는 시치미를 떼야 한다
첫 키스를 완성할 때까지
계절은 오가며 보란 둣이 꽃을 피워댄다
지는 법을 먼저 배워버린 꽃들은
부푸는 달에게서 다시 희망을 배우곤 한다
꽃 진 자리 용케도 단단해지고
어떤 바람은 신의 입김처럼 따뜻해
어느날 나는 튼실한 씨앗을 받아
싹 틔우는 꿈을 품어보기도 한다
두군두군 심장이 내 몸을 한껏 부풀렸을 때
꿈은 마침내 작고 여린 꽃봉오리가 된다
허나 꽃을 가꾸거나 꺽는 건 사람의 일
꽃이 진 뒤에도 오랫동안 그 꽃을 기억하는 건
공기 속을 떠도는 향기 때문이다
더딘 걸음으로 겨울이 가고
봄볕에 피어난 꽃들에게선 젖비린내가 난다
또다시 새로운 비밀 하나 생긴 나는
더 이상 일기장을 펼치지 않는다
지금 내 혀는 잘 마른 꽃처럼 가벼운데다
하염없이 태어나는 저 꽃들이
다 내가 낳은 핏덩이인 것만 같아서
*유성애 시집: 세상 모든 우산은 잃어버릴 우산이다<시인동네>시인선082호
*추억은 항상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것, 과거의 안 좋은 기억은
빨리 잊어버리려 애쓰며 좋은 일만을 기억하고 싶어 하는 인간의 심리적 특성
유성애 시인: 광주에서 태어나 전남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했다.
중앙대 예술대학원 시창작전문가과정 수료 후 2016년<문학의 오늘>
여름호에<그림자들> 외 1편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 <시와 색>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시집 출간을 축하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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