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하루

[스크랩] 능소화 꽃길에서/유승한

길가다/언젠가는 2016. 2. 19. 22:06

 

능소화 꽃길에서

 

유승한

 

 

성북동 깊은 골 조그만 사찰 하나

절 지키는 사천왕도 소원 비는 석탑도

법당에 단청도 없는 절

승보사찰 송광사의 작은 옛이름

길상사에서 따왔나요

절 이름이 길상사네요


여인들의 웃음소리

사각거리는 옷자락 소리

옛시절 한때,

진탕한 권주가로

밤이면 화려했던 야화(野花)들의 향연장


이제는 연꽃 향 가득한

스님들의 가람되어

목탁소리 불경소리

참선객들 끊이지 않네요


넓지 않은 도량에 흰 눈이 쌓이는 날

백석 시인

당나귀 타고 찾아 와

하얗게 쌓인 눈 위에

나타샤를 위한 시 한 수 남겨 놓아요


매미들의 독경소리 끊이질 않는

장맛비 그친 한여름에

길상사에 가시거든

선운사 동백꽃 처럼 못 다한 사랑의 한

낙화되어 꽃물들인 능소화를 밝히세요. 

출처 : 착각의 시학(종합문예지)
글쓴이 : 길가다/장진영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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