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다흘린흰소리

정남진(장흥)을 향하기에 앞서...

길가다/언젠가는 2009. 5. 8. 10:34

                  

                [영상 출처]정남진 고향 소식/엄길섭-제암산 철쭉]

 

겨울내내 비웠던 잎사귀는 자기만의 행간 위에 이런저런 색깔로 변장할 준비를 마치고 행인들의 걸음마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부르고 있습니다, 자연은 늘 순서와 질서를 배우지 않아도 누구의 학습도 없이 절대 순응으로 다가서기에 미워 할 수 없습니다,

노동 끝에서 죽어나는 식은땀이 온몸을 적신다 해도 흐른다 해도, 한겨울 몇 겹의 장갑 속으로도 파고드는 얼음 바늘이 쑤신다

해도 안아야만 했습니다, 한 폭의 풍경화로 다가서기도 하면서 지난한 과거는 처절한 시련을 보듬고 아플수록 화려하고 아름답

게 펼쳐 질 수도,

 

화려한 과거는 화려했던 것만큼 비굴의 초라함을 업고 현재의 보잘것 없는 그림자로도 비춰 질 수 있다는 양면의 거울 앞에서,

나는 누구인가, 나의 현실은 어느 거울 앞에 비춰지고 있는가를 찍어 보면서...
세상 사람들은 자연의 본래를 뒤로 한 채 과학의 장난으로 만들어진 기계 틀에 찍어 나온 밥솥에, 알람에, 지폐에 높아져가는

벽을 쌓으며 자기만의 어설픈 잣대로 판단하고 본래의 자기를 잃어가면서 하잘것없는 옹고집으로 굳어 가고 있습니다,

이것은 분명 자랑걸이도 되지 않고 그 누구에게나, 자식에게도 물려 줄 수도 없는 슬픈 것들이지요,

"장흥국민학교 60회"란 제한 된 숫자 속에 의미를 걸어 봅니다, 우리들의 나이도 벌써, 하마터면 60이 되어도 서로의 안녕

도 묻지 못하고 보지도 알지도 못하면서 살아가야 했을 것입니다, 60의 아래를 걸음하는 우리들의 숫자에 걸린 지천명은 분명

그런대로 성숙된 연령으로 세상 물정 알 것 모를 것 대충은 알 지금입니다, 죽을 때까지 자신의 "나"라는 마음 하나 모르고

잠깐 쉬었다 가는건데, 어찌 하늘의 뜻을 알으리오만...

 

사랑, 미움 별의별 헛 생각 끝에 밤을 지우며 태워도 봤을, 어떻게 보면 어머니, 아버지 앞에서는 어른이라고 자부하기에는

어설프고 미성숙 철부지라고 하기에는 부적절한, -고무줄 줄자에 한참을 머뭇거리며- 어중간한, 이것도 저것도 아닌

어정쭝한 발판으로 고단함을 내리면서, 조그만 행복을 느끼면서 스스로를 자위하면서 살아가는 행인이라 이름 합니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각자 바탕 환경과 걸어오는 길에, 많은 색깔들에 오염당하고 오염당한 색(色)이 알게 모르게 스며들어

자기 것(천성)이 되어버려 혼돈하기도 하면서 본래의 자기는 어디가고 여기 까지 왔습니다,

그러다가, 우리들은 네모 기계(컴) 앞에 억불산과 탐진강을 앞세워 어설프게나마 하나가 되었습니다,
이 만남을 기계 속 만남, 알파 아니면 오메가의 제 4의 만남, 덤으로 얻어진 귀한 만남으로 이름 하며. 감사를 내립니다.

 
사람도, 풀도, 좋은 것도, 추한 것도 되도록이면 다 좋아 하려 합니다,
어떨 때는 이 조그만 가슴으로 담기에는 역부족 일 때가 있었지요,
그러나 이 역부족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마저 좋아하려 합니다,
그렇다고 나의 가슴이 넓은 것은 절대 아닙니다,
-넓을 때는 하늘도 담을 것 같은, 그러나 좁을 때는 바를 구멍 하나 들어 갈 틈도 없이 꽉 막힌 조잡하기도 한...

감당하기 힘든 것이 있으면 자기만의 방법으로 풀어 갈 방법은 최소한 장치를 하면서 살아가죠,

 

이 장치란 별다른 것이 아닙니다, 음악으로, 산사의 길목으로, 독서로, 여행으로, 영화 보기로, 채널을 돌리다가

유선방송 채널 3552번 란제리 패션쇼에 멈추기도 -아들이나 아내가 나의 문 여는 소리에 슬며시 내리기도...
명상음악으로, 불경소리로, 하나님의 말씀으로...여러 가지가 있지요,
정녕, 이것으로 안 되겠다 싶으면 할 수 없이 시간을 기다리며 세월이란 명약을 기다리는 수 밖에,,,, 

현실은 냉정하면서도 외롭습니다, 그저 외롭지 않은 척 하면서, 억지 가면의 포장도 하면서 살아 갈 뿐입니다,
물질이 지배하는 현실 앞에서 외로움은 가중 될 것이고, 외로움 끝 심심함은 가장 큰 병으로 자리 잡다 이것을 이기지

못하면 또 다른 병을 불러 자신의 몸을 망가지게 하기도 할 것입니다,

 

"조금 전 어머니한테서 전화가 왔다 "아가, 잘있냐,

응, 나는 잘 있제, 엄니는 어찡가, 어머니 말씀일랑

진아, 하루하루 사람이 왜 이리 귀하다냐, 심심해서 죽것다야,

느그 아부지도 심심해서 맨날 느그들이나 기다리고 있능께

시간있으면 한 번 오니라야

그래, 그렇잖아도 이번 주에나 갈라고 하네, 거짓말이 아니었으면 한다"

 

어머니의 목소리 끝에서 흘린 정황으로 어머니의 눈시울은 분명 망울을 흘렸을 것이다...

지금의 우리가 늙어 노인정에 허리 굽고 쪼그려 100원짜리 화투장에 히히덕거리며 흰 시간을 보내기에는 아깝습니다,
돈도 들지 않고 그저 시간과 허락 된 공간만 있으면 언제라도 들어 와 (여남 구분없이?-절대?00칠세부동석ㅋㅋ) 친구들과 

지난 시절을 얘기 할 수 있기를 기대하는 것입니다,

 

이 공간은 모두가 주인입니다, 카페를 개설한 주인은 큰 머슴으로 남아야 할 것이고 시시때로 임명된 운영위는 모든 님들의

어머니가 되어야 합니다, 슬픈 친구들이 있다면 눈물도 딲아줘야 할거고 조그만 축하라도 할 일 앞에서는 맘껏 박수도 아끼지

않아야 합니다, 카페의 주인은 우연으로 필연으로 가입 된 모두 우리 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다 좋은데 딱 하나 나쁜 것이 있다면 남을 흉보고 시기하는 것에는 익숙하지만 칭찬하는 것에는 무지하게

인색하다는 것입니다, 칭찬해야 합니다, 사랑해야 합니다, 꼭. 이. 요, 사랑합니다,

말입니다, 이번 모임 말입니다, 귀하게 마련 된 것 입니다, 귀한 잔치여야 합니다, 모든 사념의 가지랑 치시고 가족과 함께
옆지기(아내나 남편)와 함께 하십시오, 혹여, 혼자 되신 친구들께서는 사랑하는 친구나 지인이 있으면 자랑스럽게 함께 하시면

더 좋겠습니다,  덧글로 키웠던 순이도 철이도 확인하면 좋잖아요,

저의  꽉 마른 세숫대야는 꽉 마른 장작 같고 희끗희끗 마른 병든 고추같은 희나리(희아리)지만 기꺼 보이겠습니다.

인사드리겠습니다, 

 

*문성경 친구에게 감사의 말을 내립니다, 이번 모임에 저의 보잘 것 없는 시집[끼리끼리]50권을 주문하였습니다,

모든 친구들께 기증하려고요, 다행히 출판사에 여분이 있어 보냈습니다만 부끄럽기 한이 없습니다, 아무튼 저의

옛 흰소리에 나물하지 마시고, 웃음의 만남을 소원합니다, 많은 친구들의 모임이었으면 소원합니다~()

 

*01월~03월의 길에서 흘린 토막 흰소리

 

 *1월 9일- 광주 친구의 어머님께서 천상으로 가셨다는 부고를 받고 장성을 갔다. 눈발은 팔려가는 소 눈 언저리에 고인 눈물만큼

큼지막했다.

 

*1월 11일 -덕유산의 향적봉은 말 그대로 신선이 빚어 놓은 천상의 흰 가슴살 잔치였다. 영하 20도가 훨씬 넘은 산등성의 바람은 철갑으로

두른 여인네 아랫도리도 철옹성으로 굳게 닫은 독한 놈의 사내 가슴도 뚫고 남았으리라, 날마다 잠을 자기 위해 술을 마셔야만 했던 절친한 친구의 입원 비보를 통보받고 휑하게 뚫어진 눈두덩에 눈발이 녹아 흐른다,

 

*1월 24일 - 대한(大寒)을 넘어선 날씨는 겨울 다워서 좋았다. 장흥에 계신 부모님이 대전에 있는 형님 집에서 설을 쇠시고 싶다 하여 

장흥으로 걸음 한다, 겨울답게 추운 것은 좋지만 무슨 놈의 눈이 이리도 내리퍼붓는다냐. 두 다리 아닌 네 다리가 장성 재를 넘으면서 

미끄러져 하마터면 동반 객사할 뻔했다.

 

*1월 30일 - 무주군 안성면 사전리가 고향인 귀한 객벗(客朋友)의 빙모께서 86세로 천상으로 가셨다는 부고를 받았다. 무주읍에 있는

장례식장에서 마지막 이승 살이를 보내신다 하여 영정에 꽃 한 송이 바치고 저승밥으로 배를 채우고 술 한 잔 거나하게 하루를 보냈다,

그이 아내는 나의 아내하고 동갑내기로 자매처럼 찰떡같이 붙어 16년을 한결같이 지내고 있다. 5년 전 나의 곳간이 거덜나 방황 아닌

방황으로 허덕거릴 때 나의 아내를 통해 오백@원을 챙거 우선 용돈이나 하라고 디밀었던 친구, 아직까지 그 신세를 갚지 못하는 나의

심정은 무겁다만 그 친구는 아랑곳없이 나를 부르고 나도 부른다, 어제의 노동은 이런 친구에게 줄 것을 제공하기에 힘들지 않았고

희망이 있어 좋았다,

 

2월은 홍역으로 앓으면서 미리 봄꽃을 피우기도 지우기도 하는 달이다. 세상은 꽁꽁 얼어 흙 한 삽 뜨기도 힘들다.

나의 마음만은 자지러지게 피고지는 4월을 기대하며 숨어 있던 단어를 꺼내기도 하고 둔해져만 가는 문장을 삽질하며 3월 10일

까지 마감인 출품작을 꾸려야 하기에 열병을 품고 간난한 꽃도 피워 냈지만 결과는 말짱 도로아미타불이었다,

허기야, 새벽녘 헛 그림자나 보며 짖어대는 개 울음이나 흉내 내면서 토닥거린 게으름으로 꽉 찬 나의 흰소리에게는 뻔한

일이었다. 그러나 한두편 헛소리는 건진 것 같아 이것만으로 나마 다행으로 자위하면서 2월의 일기장을 뒤적인다.

 

*2월 22일 -카페의 덧글과 성경, 춘성 친구와의 소통으로 선약은 되었지만 뜬금없이 찾아든 반가운 만남이 있었다. 나의 마음을 아래와

같이 남겼다,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그 흔적도 그 마음도...

 

적상산 아래의 만남은 맛남으로 하나 되어

 

30년이 훌쩍 넘은 세월을 거슬러 500리 길을 한걸음에 달려온 억불산 아래 유년을 키웠던 초등학교

친구들의 온정을 더듬어 보네,

지척에 열려 있는 산을 두고도 그리 명산도 아닌 덕유산 끝 자락 잡고 서 있는 적상산 산행을 핑계 삼아

찾아왔던 친구들의 발걸음에 감사하네,

가득히나 어렵다고 아우성인 마당에 그리 쉽지 않은 보기 드문 귀한 풍경이었네, 자랑스럽기까지 하네,

어쩌면 부르지 못하고 스쳐야 했을지도 모를 친구들의 이름들,

그럴 리는 없겠지만, 혹여 망각의 늪 속에 지워져 버릴까 봐 다시 한 번 불러보네,

춘성, 경탁, 성경, 명수, 봉원, 인종 그리고 산행을 마치고 와보니 바쁜 일상에 쫓겨

선걸음을 재촉했던 채부동 친구,

친구들이 나의 이름을 불러 찾아와 주었듯이 

나도 친구의 이름을 불러야 할 것인데, 찾아야 할 것인데

굴곡 많은 세월을 살아온 우리들의 어떤 모습이라도 탐진강을 흐르는 티없는 물처럼

어릴 적 순수의 마음 하나로 부둥켜안아야 할 것인데,

어떠한 어려움에 부대껴 허우적거리고 있을 간난의 이름이어도...

적상산 바위벽은 우리들의 만남을 축하라도 해주는 듯, 궂은 봄비는 때아닌 눈으로 변하여 흰 길을 내주었네,

앙상하게 비어 있는 겨울나무의 행간에 묵은 세월의 정담을 맘껏 채웠네,

묵혀두었다 꺼내었던 우리들의 會友회우는 항아리 속에 잘 익은 한 사발 청주 되어

맑고 달짝지근하게 혀끝을 스치고 넘어가는 환희의 시간으로 저장될 것이네,

수문포 갯벌에서 겨울바람 주워담아 몸을 키웠던 굴과 꼬막의 속살로 회우의 성찬을 즐겼던 모습들여,

오고 가는 파도 살에 약간의 몸이 깍인다 해도 빛을 더하는 조약돌 닮아 영원하라,

잊고 살아온 세월의 절반이 못된다 해도 서로 지켜볼 일이네, 만져볼 것이네.

 

*2월 27일- 하루에 몇 차례있는 서울행 버스를 타기 위해서 아침을 서두른다. 무주 버스 정류장에 도착하여 김밥으로 아침을

챙겨 넣고 겨울 내내 꾸렸던 원고를 뒤적인다. 종로통을 거쳐 경운동에 있는 00시학사로 향하는 걸음은 왜 이리 무겁다냐.

내사하여 원고를 제출하고 씁쓸하게 고인 마른 침을 입천장에 적시면서 대전을 향한다. 내려오는 길에 고등학교 친구 빙모님의

부고를 받는다, 대전에 있는 성모병원에서 출상하신다기에 다행이다. 벌써버 세월이는 희비에 맞걸려 있는 나인가 보다.

우리들을 출세(出世)시킨 잉태의 고통은 어디에다 던지고 당신들의 몸까지 묻으려 하는가! 뒷 따라 자식의 자식들은 족두리에

꽃 달고 연지곤지 찍어내며 봄바람 감고 세상은 이어간데...

 

*3월 2일- 2년의 군 복무를 마치고 집으로 오는 아들의 모습이 자랑스럽다, 23년 전, 바쁜 것이 뭣이 있다고 세상의 햇볕이 뭣이 좋다고 

9개월 만에 1.75의 무게를 달고 어미 배를 뒤집고 튀어나온 아들놈이 장하기도 하다만 하잘것없는 나의 일정이 있기에 다음의 만남으로

핑계를 대니 아들놈도 흔쾌히 받아 줘서 고마웠다.

 

3월 9일 -대전을 향한다. 어린 티를 벗어난 아들놈의 손을 잡고 그동안 고생 많았다란 말을 건네며 삼겹으로 저녁을 함께하며 술 한 잔으

로 만남을 즐겼다. 너의 앞길은 네가 알아서 하라는 몇 마디도 잔소리가 될 것 같아 태권도 사범 자리가 있으면 애들이나 가르치고 영어나

한문 서당이나 다니면서 2학기 복학 준비에 충실했으면 좋겠다는 심정을 흘리면서 건투를 빈다는 말로 만남의 즐거움을 보냈다.

 

*3월 10일- 고창을 향한다. 1월 덕유산 산행 중에 접했던 친구의 병문안을 하기 위해 서였다. 전남대 중환자실에서의 실성은

잡혔지만 지금도 약간은 반나절인 정신으로 어린 애가 되어가는 친구를 찾아가는 봄바람은 복분자의 잎사귀를 움트게 하고

있었다. 사흘을 친구와 보내면서 나의 주치의기도 한 한방과 기경서원장과 선운사 동백의 사연도 들으면서 도솔암도 올랐다.

 

*3월 12일- 무주 산림조합에서 연락이 왔다. 젊은 사람들로 구성하여 일을 같이하자 한다. 부랴부랴 무주를 향한다,

전화통을 불이나게 흔들어도 젋은 사람이 어디 있으랴. 백수를 면한다. 2학기에 복학할 아들놈의 납부금이 걱정이었는데

다행이다. 이렇게 살아온 나의 행보에 지금같이라도 살 수 있음에 감사를 내리면서 5월 9일에 만날 친구들의 얼굴을 그린다.

 

*장흥초등학교 60회에 붙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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