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은 손을 찾는다 / 이문재
손이 하는 일은
다른 손을 찾는 것이다
마음이 마음에게 지고
내가 나인 것이
시끄러워 견딜 수 없을 때
내가 네가 아닌 것이
견딜 수 없이 시끄러울 때
그리하여 탈진해서
온종일 누워 있을 때 보라
여기가 삶의 끝인 것 같을 때
내가 나를 떠날 것 같을 때
손을 보라
왼손은 늘 오른 손을 찾고
두 손은 다른 손을 찾고 있었다
손은 늘 따로 혼자 있었다
빈손이 가장 무거웠다
겨우 몸을 일으켜
생수 한 모금 마시며 알았다
모든 진정한 고마움에는
독약 같은 미량의 미안함이 묻어 있다
고맙다는 말은 따로 혼자 있지 못 한다
고맙고 미안하다고 말해야한다
엊저녁 너는 고마움이었고
오늘 아침 나는 미안함이다
손이 하는 일은
결국 다른 손을 찾는 것이다
오른손이 왼손을 찾아
가슴 앞에서 가지런해지는 까닭은
빈손이 그토록 무겁기 때문이다
미안함이 그토록 무겁기 때문이다
(문예중앙 2006년 겨울호 발표)
*이문재 시인 약력; 1959년 경기 김포 출생
82년 <시운동>으로 등단
시집, <내 젖은 구두를 벗어 해에게 보여줄 때>, <산책시편>,
<마음의 오지>, <제국호텔>
김달진문학상, 소월시문학상, 지훈상 수상
출처 : e 시인회의
글쓴이 : 제비꽃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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