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하루

우리는 어디서나 외 /오규원

길가다/언젠가는 2006. 5. 27. 19:08



저기 저 담벽, 저기 저 라일락, 저기 저 별, 그리고 저기 저 우리집 개의
똥 하나, 그래 모두 이리 와 내 언어 속에 시라. 담벽은 내 언어의 담벽이
되고, 라일락은 내 언어의 꽃이 되고, 별은 반짝이고, 개똥은 내 언어의 뜰
에서 굴러라. 내가 내 언어에게 자유를 주었으니 너희들도 자유롭게 서고,
앉고, 반짝이고, 굴러라. 그래 봄이다.

봄은 자유다. 자 봐라. 꽃피고 싶은 놈 꽃피고, 잎 달고 싶은 놈 잎 달고,
반짝이고 싶은 놈은 반짝이고, 아지랑이고 싶은 놈은 아지랑이가 되었다.
봄이 자유가 아니라면 꽃피는 지옥이라고 하자. 그래 봄은 지옥이다. 이름
이 지옥이라고 해서 필 꽃이 안 피고, 반짝일 게 안 반짝이던가. 내 말이
옳으면 자, 자유다 마음대로 뛰어라.



우리는 어디서나


우리는 어디서나 앉는다
앉으면 중심이 다시 잡힌다

우리는 어디서나 앉는다
일어서기 위해 앉는다

만나기 위해서도 앉고
협잡을 위해서도 앉고

의자 위에도 앉고
책상 옆에도 앉듯
역사의 밑바닥에도 앉는다

가볍게도 앉고
무겁게도 앉고

청탁불문 장소불문
우리는 어디서나 앉는다

밑을 보기 위해서도 앉고
바닥을 보기 위해서도 앉는다

바로 보기 위해 어깨를 낮추듯



한市民의소리


행복하게도나는형체가없다나는있는데나는없고그러니까나대신먹고마시고
춤추는사람들이찬란하다시대의별이다

나는관념이고형체가없으므로空이다형체가없으므로형체가없는일체와동종
이오삶이오죽음이오권력이오탐욕이오사기요空한모든것이오空한모든것의변
하지않는學의空이다
나는空하므로나의소리도空이다나의소리가空이므로나의소리는옳은것도옳
지않은것도없고옳고옳지않은것을가릴것도없고나는시비도찬도할것없는色이
다그러니까나는自由다형체로부터自由요옳은것으로부터自由요옳지않은것으
로부터도自由다

나는自由이므로있고자하면있고없고자하면없고삶이고자하면삶이고일체만
사유심이라권력·탐욕·사기·부패·부정이고자하면권력·탐욕·사기·부
패·부정이오色이오절망이오절망의色이거나色의절망이고자해도마찬가지다

나는형체가없으므로여기있고여기있어도없으므로신이오절대군주요空이다
그러니까나는自由다내가自由이므로나를구속하는것은自由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