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는시간

[스크랩] 개망초

길가다/언젠가는 2006. 4. 1. 20:23
 

● 국화과(Compositae) 식물입니다. 
● 넓은잎잔꽃풀, 돌잔꽃, 왜풀, 왜풀떼기라고도 하며, 
영어로는 Daisy fleabane, Sweet scabious 등으로 부릅니다. 
● 꽃 모양 덕택에 사람들이 
계란꽃이라고 부르는 것을 종종 들었습니다. 
그러나 정확한 이름은 개망초라는 점 기억해 주시기를. 
북한에서 부르는 순우리말 이름인
돌잔꽃이 더 마음에 들기는 하지만요

● 개망초는 전국 어디를 가나 볼 수 있는 
북미 원산의 두해살이풀로, 귀화식물입니다.
큰 것은 사람 허리 정도의 높이까지 자랍니다. 
전체에 털이 있고 가지가 많이 갈라집니다. 
잎은 어긋나고 양면에 털이 있으며 
잎자루에 날개가 있습니다. 
꽃은 흰색이며 가지와 줄기 끝에 여러 송이가 모여 핍니다. 
꽃은 초여름부터 가을이 다 갈 때까지 핍니다. 
● 어린 잎을 나물로 먹을 수 있으며, 
민간에서는 소화가 안될 때 약으로 썼다고도 합니다. 

이른 봄날부터 늦은 가을날 해거름까지 
이 땅에는 무수한 꽃들이 피었다가 집니다. 
나는 꽃이 피고 지는 가운데에서 계절의 변화를 읽어냅니다. 
초 여름 부터 피기 시작한 개망초는 지칠줄도 모르고
애달픈 사랑을 갈구 하듯이 하이얀 손을 흔드는듯
하염없이 피어 나고 있습니다.
계절은 가을속에 깊이 들어와 있지만 비구름은
가실줄을 모르고 하늘을 까맣게 덮고 있어도
개망초는 해맑은 웃음짓듯 밝고 하얗게 피어 냅니다.
다른 꽃들은 계절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짧은 꽃은 한 나절도 견디지 못 하지만 개망초는
지는 법이 없이 초여름,부터 늦가을 까지 변함이 없습니다.

망초(亡草)는 이름에서 느껴지듯이 
가슴아픈 사연이 담긴 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망초꽃이 무성하면 나라가 망한다는 속설을 지니고 있는데, 
실지로 농사를 짓지 않는 묵정밭에는 개망초가 꽃밭을 이루고 있습니다. 
이는 황량한 들녘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겠지요. 
농사를 짓지 않는 무슨 말못할 곡절이 있는 것이었겠지요. 
을사조약이 맺어지던 해 망초꽃이 
전 국토로 급속하게 퍼지면서 
그런 꽃말이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나 봅니다.  

망초꽃은 참으로 번식력 강한 귀화식물이지요. 
길가나 빈터, 묵은 밭을 비롯해 어디에서도 흔히 볼 수 있으니까요. 
망초꽃은 줄기와 가지 끝에 자잘한 흰색꽃송이가 달려 
전체적으로 원추꽃 차례를 이루는데, 
꽃송이 가장자리에는 가느다란 흰색 혀꽃이 촘촘히 돌려나고 
가운데에는 노란색 통꽃이 촘촘히 박혀 있습니다. 
개화시기는 여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6월 중순부터 10월 하순까지 그 절정을 이루며, 
개망초, 망초, 달걀꽃 등으로 흔히 불리어지고 있답니다.      

개망초에 관심을 가졌던 시절은80년대 초반이었습니다.
젊은 사람들이 수지에 맞지 않는 농사를 버리고 
도시로 삶터를 옮기면서 날로 묵은 밭이 늘어나게 되었지요. 
당연히 그 땅에는 곡물 대신 개망초가 그 자리하게 되었는데, 
어찌나 무성하게 자라고 있는지 발길 닿는 곳마다 
눈부신 꽃밭을 볼 수 있었습니다. 
거기에서 나는 어떤 아픔 같은 것을 보았습니다. 
끝 갈 데 없이 깊은 슬픔 속으로 빠져들게 하였던 것이지요. 
떠날 수밖에 없는 이 땅의 가난한 사람들의 
현주소를 보는 것 같아서 눈시울을 적셨던 것입니다. 
누군가가 떠나고 난 빈자리에는 
또 어떤 것이 남아서 그 슬픔을 대신해주는 것이구나. 
삶은 저토록 가슴 아픈 사연을 지니고 있으면서 
꽃을 피우며 또 다른 생을 이루는 것이구나, 
그런 생각을 했던 것입니다. 

두보의 시가 보여주는
“나라는 망했어도 산하는 그대로요(國破山河在), 
성안의 봄에는 풀과 나무만 무성하구나(城春草木深).”에서 
저는‘농촌이 망해도 전답은 그대로요(農破田畓在), 
농촌은 여름이면 망초만이 무성하구나(農夏亡草深)로 
옮겨 봅니다.
이렇게 놓고 보면 작금의 농촌 현실을 이보다 
더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산하(山河)는 농민의 삶의 터전으로서의 전답일 것입니다. 
그 논과 밭에 개망초가 무성하게 자라 꽃을 피우고 있다니, 
눈물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논밭이 개망초로 덮이는 것은 곧 
농민들이 편히 농사를 짓지 못하는 형편을 반영하는 것이겠지요. 
곡물대신 빽빽하게 개망초가 들어서는 들녘의 모습에서 
개망초가 슬픔으로 비치는 것은 당연한 것이겠지요. 
그것은 떠나고 난 자리에 남은 자들의 
또 다른 슬픔을 깊게 보여주는 것이지요. 

하지만 개망초는 억만년 꽃을 피우고 지우며,
지금껏 살아온 것처럼 강인한 생명력으로 
우리들의 꿈과 희망을 노래할 것입니다.  
먼 훗날 누군가가 다시 이 땅으로 찾아들어 봄에 씨앗을 뿌리고, 
여름이면 푸른 물결로 하늘거리는 아름다운 풍경을 보여주시겠지요. 
억만년 꽃을 피우고 지우며, 
별들을 헤아려 사랑이라 노래하는 세상 말입니다. 
개망초에 관한 시들을 옮겨 봅니다.

개망초꽃
                        - 안 도현 -
눈치코치 없이 아무데서나 피는게 아니라
개망초 꽃은
사람의 눈길이 닿아야 핀다.
이곳 저곳 널린 밥풀 같은 꽃이라고 하지만
개망초꽃을 개망초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이 땅에 사는 동안
개망초꽃은 핀다.
더러는 바람에 누우리라.
햇빛 받아 줄기가 시들기도 하리라.
그 모습이 늦여름 한때
눈물지으며 바라보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면
이 세상 한쪽이 얼마나 쓸쓸하겠는가
훗날 그 보잘 것 없이 자잘하고 하얀 것이
어느 들길에 무더기 무더기로 돋아난다 한들
누가 그것을 개망초꽃이라 부르겠는가.

개망초꽃
                        - 정 호승 -
죽은 아기를 업고
전철을 타고 들에 나가
불을 놓았다
한 마리 들짐승이 되어 갈 곳 없이
논둑마다 쏘다니며
마른 풀을 뜯어모아
죽은 아기 위에
불을 놓았다
겨울새들은 어디로 날아가는 것일까
붉은 산에 해는 걸려
넘어가지 않고
멀리서 동네 아이들이
미친년이라고 떠들어대었다
사람들은 왜
무우시래기국 같은 아버지에게
총을 쏘았을까
혁명이란 강이나 풀,
봄눈 내리는 들판 같은 것이었을까
죽은 아기 위에 타오르는
마른 풀을 바라보며
내 가랭이처럼 벗고 드러누운
들길을 걸었다
전철이 지나간 자리에
피다 만 개망초꽃
개망초
누가 심지 않아도
아무데나 피는 꽃
어릴 때 화단가에
심지도 않은 과꽃이 났다고 좋아했더니
멀쑥하게 키만 자라 초라한 풀꽃 한 송이
지금 와서 알고 보니 개망초였다오
논둑에도 밭둑에도
산기슭 풀 더미 속에서도 지천으로 피는 꽃
이름만큼이나 천하디 천한 개망초였다오
폐가가 된 고향집 앞뜰에도
무너져 내린 장독간에도
뒤꼍 돌아가는 길목에도
정든 고향집 떠나 오며
뒤돌아 보았을 때
지붕 위 깨어진 기왓장 사이에도
쓰러져 가는 사립문 사이로
피어있는 것도 개망초였다오
안개 같이 빛 바랜 개망초였다오
눈물 같이 희미한 개망초였다오
삭막한 도회 가로수 밑에도
갈라진 축대 틈새에도
틈만 있으면 피어나는 개망초가
주택가 공터에도
버려진 논밭에도 흐드러지게 피어
환상 속에 안개 같은 초원이 되었다오
그리움 속에 안개 같은 꿈이 되었다오
눈물 같은 안개 속 추억이 되어
안개 같은 허망한 꿈으로
바람에 불려 떠 다닌다오
 


개망초 / 유강희 시/ 유종화 작곡/ 박양희 노래

출처 : 해송의 산 이야기
글쓴이 : 해송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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