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하루
동지 다음날/전동균
길가다/언젠가는
2006. 3. 22. 13:32
‘동지
다음날’- 전동균(1962∼ ) 누가 다녀갔는지, 이른 아침 눈 위에 찍혀 있는 낯선 발자국 길 잘못 든 날짐승 같기도 하고 바람이 지나간 흔적 같기도 한 그 발자국은 뒷마당을 조심조심 가로질러 와 문 앞에서 한참 서성대다 어디론가 문득 사라졌다 2 어머니 떠나가신 뒤, 몇 해 동안 풋감 하나 열지 않는 감나무 위로 처음 보는 얼굴의 하늘이 지나가고 있다 죽음이 삶을 부르듯 낮고 고요하게 -어디 아픈 데는 없는가? -밥은 굶지 않는가? -아이들은 잘 크는가? 사랑하는 사람의 음성은 뼈속 깊이 남는다. 손금처럼 새겨진다. 당신은 당신의 어머니가 생전에 하시던 말씀을 언제 어느 곳에서나 다시 들을 수 있다. 어머니는 아들과 딸을 향해 아주 간소하게 안부를 묻는다. 왜 더 궁금한 게 없겠는가. 한참 뒤에야 우리는 이 짧은 토막의 문장이 얼마나 큰 사랑을 식솔로 거느리고 있는지를 알아차린다. 아들과 딸은 한 세대의 시간만큼 꼭 귀가 어둡다. <문태준 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