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다/언젠가는 2006. 3. 18. 16:46
 

 

개나리


밤새 꿈을 꾸다

한 뼘이나 키를 키워 언던 위에 박힌 개나리 눈(眼)이여

3월의 햇살로 물이 차고 언덕은 온통 황금색 토(吐)함이었다

 

사람들의 장난으로

온갖 꽃들은 나름의 유전자를 빼앗겨 별의별 색깔로

본래를 잃었건만

한 톨의 씨앗마저 바람에게 보내고서 

잽싸게 파란 옷으로 단장하여 다행이다

 

얄팍스런 예측이 이렇게 예쁘구나

 

해마다 이맘때면 노오란 너의 살갗 훔치면서

한겨울 떨림 앞에 꿈을 꾸는

너의 모습을 더 사랑하리라, 눈꽃 안은 언덕에 기대어. 

                                                   

                                              -2003. 1집 끼리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