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 집을
지키던 강아지가 새로 산 옷을 다 씹어 놨습니다 종일 상대해 주는 사람도 없이 집만 지키려니 심술이 났던게지요 구멍난 옷을
들기도 전에 저만치 도망가 있습니다 저도 어지간히 외로웠나 봅니다 통통한 엉덩이 몇 번 두드려 주고 용서합니다 혼낼 일
아니지요?
어릴 때 내 꿈은
-------------------- 도종환
어릴 때 내 꿈은 선생님이 되는 거였어요 나뭇잎 냄새 나는 계집애들과
먹머루빛 눈 가진 초롱초롱한 사내 녀석들에게 시도 가르치고 살아가는 이야기도 들려주며 창 밖의 햇살이 언제나 교실 안에도
가득한 그런 학교의 선생님이 되는 거였어요 플라타너스 아래 앉아 시들지 않는 아이들의 얘기도 들으며 하모니카 소리에 봉숭아꽃 한
잎씩 열리는 그런 시골학교 선생님이 되는 거였어요
나는 자라서 내 꿈대로 선생이 되었어요 그러나 하루 종일 아이들에게
침묵과 순종을 강요하는 그런 선생이 되고 싶지는 않았어요 밤 늦게까지 아이들을 묶어놓고 험한 얼굴로 소리치며 재미없는
시험문제만 풀어주는 선생이 되려던 것은 아니었어요 옳지 않은 줄 알면서도 그럴 듯하게 아이들을 속여넘기는 그런 선생이 되고자
했던 것은 정말 아니었어요 아이들이 저렇게 목숨을 끊으며 거부하는데 때묻지 않은 아이들의 편이 되지 못하고 억압하고 짓누르는
자의 편에 선 선생이 되리라곤 생각지 못했어요
아직도 내 꿈은 아이들의 좋은 선생님이 되는 거예요 물을 건너지 못하는 아이들
징검다리 되고 싶어요 길을 묻는 아이들 지팡이 되고 싶어요 헐벗은 아이들 언 살을 싸안는 옷 한 자락 되고 싶어요 푸른 보리처럼
아이들이 쑥쑥 자라는 동안 가슴에 거름을 얹고 따뜻하게 썩어가는 봄 흙이 되고 싶어요
*음악은 Chris Spheeris / Field Of Tears *그림은 르느와르가
그렸습니다 *<문학지기서재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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