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하루

어릴 때 내 꿈은-도종환/한국문학도서관

길가다/언젠가는 2006. 3. 9. 20:32




혼자서 집을 지키던 강아지가
새로 산 옷을 다 씹어 놨습니다
종일 상대해 주는 사람도 없이 집만 지키려니
심술이 났던게지요
구멍난 옷을 들기도 전에 저만치 도망가 있습니다
저도 어지간히 외로웠나 봅니다
통통한 엉덩이 몇 번 두드려 주고 용서합니다
혼낼 일 아니지요?

       







어릴 때 내 꿈은 -------------------- 도종환


어릴 때 내 꿈은 선생님이 되는 거였어요
나뭇잎 냄새 나는 계집애들과
먹머루빛 눈 가진 초롱초롱한 사내 녀석들에게
시도 가르치고 살아가는 이야기도 들려주며
창 밖의 햇살이 언제나 교실 안에도 가득한
그런 학교의 선생님이 되는 거였어요
플라타너스 아래 앉아 시들지 않는 아이들의 얘기도 들으며
하모니카 소리에 봉숭아꽃 한 잎씩 열리는
그런 시골학교 선생님이 되는 거였어요

나는 자라서 내 꿈대로 선생이 되었어요
그러나 하루 종일 아이들에게 침묵과 순종을 강요하는
그런 선생이 되고 싶지는 않았어요
밤 늦게까지 아이들을 묶어놓고 험한 얼굴로 소리치며
재미없는 시험문제만 풀어주는
선생이 되려던 것은 아니었어요
옳지 않은 줄 알면서도 그럴 듯하게 아이들을 속여넘기는
그런 선생이 되고자 했던 것은 정말 아니었어요
아이들이 저렇게 목숨을 끊으며 거부하는데
때묻지 않은 아이들의 편이 되지 못하고
억압하고 짓누르는 자의 편에 선 선생이 되리라곤 생각지 못했어요

아직도 내 꿈은 아이들의 좋은 선생님이 되는 거예요
물을 건너지 못하는 아이들 징검다리 되고 싶어요
길을 묻는 아이들 지팡이 되고 싶어요
헐벗은 아이들 언 살을 싸안는 옷 한 자락 되고 싶어요
푸른 보리처럼 아이들이 쑥쑥 자라는 동안
가슴에 거름을 얹고 따뜻하게 썩어가는 봄 흙이 되고 싶어요





*음악은 Chris Spheeris / Field Of Tears
*그림은 르느와르가 그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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