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하루

사랑이 올 때/신현림

길가다/언젠가는 2006. 3. 4. 14:38
[시가있는아침]

사랑이 올 때 - 신현림(1961~ )

그리운 손길은

가랑비같이 다가오리

흐드러지게 장미가 필 땐

시드는 걸 생각지 않고

술 마실 때

취해 쓰러지는 걸 염려치 않고

사랑이 올 때

떠나는 걸 두려워하지 않으리

봄바람이 온몸 부풀려갈 때

세월 가는 걸 아파하지 않으리

오늘같이 젊은 날, 더 이상 없으리

아무런 기대 없이 맞이하고

아무런 기약 없이 헤어져도

봉숭아 꽃물처럼 기뻐

서로가 서로를 물들여 가리




사랑은 뼘으로 재는 것이 아니다. 자벌레처럼 한뼘 두뼘 재며 가는 게 아니다. 하여 사랑은 화선지가 먹물을 받듯 당신을 받아 물드는 것이다. 꽃이 필 땐 꽃 지는 내일을 생각 말자. 오늘 흰 매화 피는 것만 보아라. 그 꽃그늘 아래서 춤추는 게 사랑이다. 오직 이 순간이다. 주린 맹수의 눈처럼 정면을 응시하는 것이 청춘의 사랑이다.

<문태준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