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하루
오델로증후군*/ 김은우
길가다/언젠가는
2017. 12. 6. 15:35
오델로증후군*
김은우
아내의 외출이 부쩍 잦아졌다
전화를 받고 외출 준비를 하는
아내가 빨래를 탁탁 털어 널고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설거지를 한다
풍선처럼 잔뜩 부풀어 오른
그녀의 웃음소리가 햇살을 뜷고
날아가는 새의 그림자처럼 휘익
길 건너편으로 건너간다
한껏 치장하고 집을 나서는
셍기발랄한 아내가 문득 낯설다
오월 장미처럼 화려함을 뽐내고
사라져가는 아내와 나 사이
거리가 점점 멀어지고
물 위를 건너는 것처럼 위태로운
그녀가 마돈나미용실을 지나
칸타타호텔 쪽으로 치렁치렁한
머리칼을 날리며 간다
치미는 울분을 꾹꾹 누르며
나는 범인을 추적하는 형사처럼
집요하게 그 뒤를 쫓는다
*오델로중후군: 특별한 이유도 증거도 없는데 자신의 배우자나
연인이 부정을 저지르고 있다고 믿는 증후군
김은우 시인: 광주 출생. 1999년 <시와사람>으로 등단. 2015년 전남문화예술재단기금 수혜
시집으로 <바람도서관> <길달리기새의 발바닥을 씻겨주다 보았다-시산맥 시인선034>
*시집 출간 축하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