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먹는 밥/임영조
혼자 먹는 밥
임영조
외딴 섬에 홀로 앉아 밥을 먹는다
동태찌개 백반 일인분에 삼천오백 원
호박나물 도라지무침 김치 몇 조각
깻잎장아찌 몇 장을 곁들인 오찬이다
먹기 위해 사는가, 묻지 마라
누구나 때가 되면 먹는다
살기 위해 먹는가, 어쨌거나
밥은 산 자의 몫이므로 먹는다
빈둥빈둥 한나절을 보내도
나는 또 욕먹듯 밥을 먹는다
은행에서 명퇴한 동창생은 말한다
(위로인지 조롱인지 부럽다는 듯)
시 쓰는 너는 밥값한다고
생산적인 일을 해서 좋겠다고 말한다
나는 아직 이 세상 누구를 위해
뜨끈한 밥이 돼본 적 없다
누구의 가슴을 덥혀줄 숟갈은커녕
밥도 안 되고 돈도 안 되는
시 한 줄도 못 쓰고 밥을 먹다니!
유일한 친구 보세란(報歲蘭) 한 분이
유심히 지켜보는 가운데
혼자서 먹는 밥은 왜
거저먹는 잿밥처럼 목이 메는가
먹어도 우울하고 배가 고픈가
반추하며 혼자 먹는 밥
임영조시인:충남 보령시 주산면 황골리 104번지에서 태어났으며 서울에 작은 아버지가 내무부에 근무하여 작은집도움으로 서울에서 공부하며 문학도로 살았었습니다. 그 후 미산면으로 옮겨가 살았는데, 보령댐이 만들어지면서 임영조시인님의 생가 및 마을전체가 수몰되었습니다.고향이 물에 잠겨도 지인들과의 인연의 끈을 놓지않아 작고하시기 전까지도 보령과 자주 왕래 하셨습니다. 임영조 시인은 2003년 5월 28일 작고하였으며 시비는 2007년 7월 27일 주산면 동오리 청기와 휴게소에 제막되었습니다.월간 문학 신인상과 중앙일보 신춘문예 당선으로 등단이후 활동하면서 서라벌 문학상 현대문학상 소월시문학상 등 다수의 상을 수상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