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다흘린흰소리
햇밤을 거두다/장진영
길가다/언젠가는
2015. 1. 28. 16:29
햇밤을 거두다
장진영
6월의 산중에는 비릿한 밤꽃 향기 한창이다
산새들도 욕정의 끈을 풀고 울어대는 밤이다
달빛에도 화끈 달아오른 그녀, 공기보다 가볍게 풀밭에 눕는다
식어가는 별빛이라도 삼켜야 했다
꽃이 진다
꽃 진 자리마다 열녀문은 열리고
꽃잎 사이 떨치고 간 머리칼은 몸을 엮었다
바람에도 다칠세라 두꺼운 가시 덫도 세웠다
산고의 여름 가고 9월이 몸을 푼다
신음소리에 숲도 새들도 잔뜩 긴장한다
가늘게 벌어진 자궁 문은 젖히고
툭 툭, 바람 난 장끼도 깃을 접는다
바람도 숨 고르며 양수의 골을 쓰다듬는다
상처 없는 순산이다
동자승 머리통처럼 잘 여문 자식들이다
살갗 비비며 간난 했던 한여름 얘기 망태기엔 가득한데
어찌하랴, 잴 걸음걸이도 없이 잿밥 아래 제물로
보내야 할 자식인데. [14 발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