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하루
자정/문정영
길가다/언젠가는
2014. 12. 6.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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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정/문정영
밤의 한가운데를 바르게 펼쳐 놓았다는 뜻이다.
한밤에 꽃잎 떨어지면 하루가 가벼워지고 사랑니 빠진
자리에 혀가 들락날락하는 것같이 허전하다.
허공을 풍경으로 하기에 아픈 시간이 자정이면 어둠을
자근자근 씹고 있는 꽃나무의 한때도 자정이다.
내 입술 가시 부러지는 소리, 몸속으로 들어간 어둠 빠
져나가는 소리 크게 들린다.
눈물도 꽃잎처럼 가벼워져야 떨어진다.
자주 어두워지는 표정을 소리로 바꾸면 한숨이다.
뼈에 장기에 소리들이 들어차고 소리들이 빠져나가는 소리.
어떤 소리는 부드러움을 잃었고, 어떤 소리는 활기가 없다.
풍경 이전의 허공, 한숨 직전의 표정이 나의 자정(自淨)이다.
-시집[그만큼]에서
*문정영: 1959년 전남 장흥 출생으로 건국대학교 영어영문학과 졸업
1997년 월간문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낯선 금요일" "잉크" "그만큼"이
있음.현재 시전문지 계간 {시산맥}발행인. 2013년 아르코 문학창작기
금 수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