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하루

남겨진 가을/이재무

길가다/언젠가는 2010. 11. 11. 00:13

 

 

 [백일홍-옥수골 가을]

 

 

남겨진 가을/이재무

 

 

움켜진 손 안의 모래알처럼 시간이 새고있다
집착이란 이처럼 허망한 것이다
그렇게 네가 가고 나면 내게 남겨진 가을은
김장 끝난 텃밭에 싸락눈을 불러올 것이다
문장이 되지 못한 말(語)들이
반쯤 걷다가 바람의 뒷발에 채인다
추억이란 아름답지만 때로는 치사한 것
먼 훗날 내 가슴의 터엔 회한의 먼지만이 붐빌 것이다
젖은 얼굴의 달빛으로, 흔들리는 풀잎으로, 서늘한 바람으로,
사선의 빗방울로, 박 속 같은 눈 꽃으로
너는 그렇게 찾아와 마음의 그릇 채우고 흔들겠지
아 이렇게 숨이 차 사소한 바람에도 몸이 아픈데
구멍난 조롱박으로 퍼올리는 물처럼 시간이 새고 있다

 

 

이재무 시인


1958년 충남 부여에서 태어나 한남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동국대 대학원 국문과(석사과정)를 수료했다.

1983년 무크지 ‘삶의문학’과 계간 ‘문학과사회’ 등에 시를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

시집에「섣달 그믐」「온다던 사람 오지 않고」「별초」「몸에 피는 꽃」「시간의 그물」

「위대한 식사」최근에 나온 시집 - 푸른 고집 (천년의시작) 등이 있다.

 산문집으로「생의 변방에서」, 그 밖의 저서에「신경림 문학앨범(공저)」「대표시 대표 평론(편저)」등이 있다.

제2회 난고문학상을 수상. 동국대대학원 · 한신대 · 추계예술대 · 청주과학대 ·

한남대에서 시창작 강의를 하고 있으며, 계간 ‘시작’ 편집주간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