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하루

[스크랩] 미라 -강정숙

길가다/언젠가는 2010. 10. 1. 20:33


미라 - 강정숙 발굴자들은 그녀가 임산부였다는 사실에 더 집중했다 유난히 통통한 복부 때문이다 복부를 가르고 몇 겹 표피를 들추자 말라붙은 탯줄과 자궁, 외벽엔 암반같이 굳어버린 핏물이 보인다 가느다란 손으로 배를 감싸고 긴 머리카락 뒤틀린 입술이 반쯤 벌어져 있는 그녀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아이를 낳을래요. 머리카락으로 요람을 짜겠어요. 사백년쯤 걸릴꺼에요 . 물기 없는 여자의 내부가 형광등 아래서 환하게 웃고있다 --시인회의 제9합동시집 <화려한 손사래> 그림 : 천경자<내 슬픈 전설의 49페이지 중>

 
강정숙: 2002년 중앙일보 신인문학상수상. 2009년 수주문학상 우수상수상
시집: 환한 봄날의 장례식. 
출처 : 시인회의
글쓴이 : 미소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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